한담객설閑談客說: 삼등석 손님
보스톤코리아  2019-04-29, 10:30:53 
요새도 방영되는가. 판사 쥬디 (Judge Judy). 미국 티비 방송이다. 평일 오후 한가한 시간대에 방영되었다. 여판사가 나왔고, 간단한 약식재판을 실제 중계했다. 교통사고중 접촉사고며, 옆집나무가 내집마당에 넘어졌다는 따위의 소송과 재판과정을 보여줬다. 

수필 한토막이 기억에 삼삼하다. 김태길교수가 썼던 글이다. 제목이 ‘삼등석’ 인데, 글 한 대목이다. 

… 첫인상은 기차 정거장 삼등 대기실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그것과 비슷했다. …  그 삼등 손님들 대열 가운데 나도 끼여 앉았다. … "일동 기립!" 구령 소리에 눈을 떴다. … 얼마 동안 더 기다렸다. 마침내 "김태길!" 하는 소리가 재판장의 입을 통하여 들려 왔다. "네" 하고 앞으로 나서는 나의 모습이 참으로 초라하게 느껴졌다. …

"당신이 바로 김태길이오?"
"… 5월 28일에 다시 나오시오."
"열시에 나와서 지금까지 기다렸는데요."
"어쨌든 오늘은 그대로 돌아가시고 다음에 다시 나오시오."
…  쓴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나왔을 때, '빵빵' 하고 관용 지프 한 대가 길을 비키라고 호통을 쳤다.
(김태길, 삼등석)

한국에선 법원에 갈 일이 없었다. 참, 출입국 관리소엔 가봤다. 증명서 떼러 가본적이 있다는 거다. 판검사와 변호사가 직업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법원에 가야 할일이 많을 게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일반시민에게 법원은 즐거운마음으로 갈만한 곳은 아닌게 분명하다. 배심원으로 호출되었다면 가야한다. 

법은 엄중하고, 모두에게 공평해야 할 것이다. 예전엔 불공평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여전히 법원 판결이 여론과 동떨어지는 경우도 자주 있는 모양이다. 기대에 어긋난 판결에 따라, 갈등이 제법 깊다고도 했다. 법감정이란 것도 있다는데 그건 뭔가. 설마 감정과 기분에 따라 법이 고무줄이 되는 건 아니겠지. 

며칠전, 한국신문에서 읽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말했단다. 주식을 많이 갖고 있으니, 임용되기전에 팔겠다. 임용된 다음에 팔겠다는 소리가 아닌게 다행이라 해야 하나. 불법은 아닌 모양인데, 이름하여 국민정서라 하던가. 한국 신문 기사 첫머리에 쓴웃음이 난다. ‘주식 팔아 재판관직 사려하나.’ 

이젠 돈없고 높은 직책에 앉지 못한 삼등석손님이 오히려 낫지 싶다.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까발릴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긴 까발려 보았자 먼지만 날뿐이다.

한국엔 경범죄라는 것도 있었다. 노상방뇨, 장발, 미니스커트는 파출소로 끌려 가야했다. 닭장차에 실려 법원에 가지 않은것만도 다행이었다. 

세상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 삼등석 승객들을 태우고 세상기차는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네가 가이사앞에 서야 하겠고 (사도행전 27:2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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