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47 ] 왜 Museum에는 Muse가 없을까?
보스톤코리아  2019-01-28, 10:38:10 
우리말에서도 이미 굳건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단어 뮤즈. 흔히 작가나 화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를 지칭하는 말. 뮤즈는 그리스 신화에서 춤과 노래, 음악, 연극, 문학에 능하고, 시인과 예술가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어주는 여신이다. 지나간 모든 것을 기억하는 학문의 여신이기도 하다. 

그리스인들은 뮤즈를 Mousa라 부르기도 했다. '명상하다'란 그리스어 동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여신 Muse를 모시는 신전이 바로 Museum이다. 그러나 그리스 시대에 이미 museum은 '도서관, 공부하는 곳, 예술과 문학을 가르치는 학교'란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이었다고 하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바로 Museum이라 불렸다.

오늘날 Museum에는 여신은 간 곳이 없고 죽은 사람들의 오래된 그림과 살림도구들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Museum이 여신의 집에서 죽은 자들의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로 탈바꿈한 것이다. 온갖 사물을 보관하는 집이란 의미의 '박물관(博物館)'이란 번역은 오늘날의 입장에서는 딱 들어맞는 번역이 아닐 수 없다. 

호머에 의하면, Muse는 제우스의 딸이고,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뮤즈는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여신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천공의 신 우라노스가 낳은 딸이라는 말도 있다. 출신이 불분명한가보다. 아무렇거나 Muse에게는 아홉 명의 자매들이 있다. 자매들의 우두머리이자 서사시를 담당하는 칼리오페, 희극의 여신 탈레이아, 비극을 담당하는 멜포메네, 종교찬가를 담당하는 폴리힘니아, 에로틱한 시의 여신 에라토, 서정시의 여신 에우테르페, 합창과 춤의 여신 테르프시코레, 역사를 관장하는 클레이오, 그리고 천문학을 관장한 우라니아가 있다. 찬송가를 hymn이라 하는 것은 그것을 담당하는 신이 Polymnia였기 때문이고, 사랑의 신이 Eros인 것은 이 단어가 Erato에서 왔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음악을 music이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원래 museum은 Muse를 모시는 신전이었으나 오늘날은 '박물관' 혹은 '미술관'으로 쓰인다. 필자가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던 시절 musica(음악)란 단어만 보면 왠지 발음이 꺼려졌었다. 우리말 '무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music처럼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amuse이고, 그것의 명사형이 amusement이다. 그러니 놀이공원은 amusement park이다. 반대로 Muse에 푹 빠지듯 멍하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것은 bemuse이다.

music이 그리스어 Mousa에서 파생되기 훨씬 이전 인구어에서 사용되던 어근 men-은 '생각하다'란 의미였다. 그리하여 여기서 파생된 수많은 단어들이 영어에 도입되었다. 이를테면, amnesia(기억상실증), amnesty(사면), reminiscence(회상), dementia(치매) 등이 있다. monitor, monument, money, mnemonic 등은 무엇인가를 '생각'나게 하는 도구들이다. 

도대체 money가 무엇을 생각나게 할까? 가치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는 종이돈과 철전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카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비트코인이라는 정체모를 숫자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고대에는 조개껍질이나 열매를 화폐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것들은 모두 특정한 물건에 상응하는 '가치'를 기억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아 잊을 뻔 했다. museum을 그리스어로는 museion이라 하는데, -ion은 집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어미이다. 모든 신을 모시는 집이라는 pantheon, 종탑의 감옥을 말하는 dungeon 등이 있다. pan-은 '모든'이고, theo-는 '신'이며, -eon은 '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eon이 그런 뜻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chameleon은 땅(cham-)에 사는 사자(leon)란 말의 합성어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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