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명태
보스톤코리아  2019-01-21, 11:09:09 
한반도 서해에서는 연평도 조기가 잡혔다. 한편 동해에는 명태였다. 

두어해 전 가을이다. 한국신문 구석에서 읽었다. 토막기사였다. 요샌 명태가 씨가 말랐다는 거다.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치어稚魚를 양식해 바다로 보낸다고도 했다. 성어成魚가 되어 돌아오길 바랐다는 거다. 그런데 왠걸. 지난해 말 다른 기사가 실렸다. 그 신문기사 제목이다. ‘멸종위기 명태, 강원 고성 앞바다서 1300마리나 잡혀’ (중앙일보, 2018. 12. 22.) 돌아온 명태기사였는데, 돌아온 명태가 그지 없이 반갑다. 하지만, 더 지켜보아야 하는 모양이다. 보냈던 치어가 성어가 되어 돌아 온건지 말이다. 

명태는 참 흔했다. 흔한 만큼, 이름도 많다. 갓 잡아 올린건 생태. 얼린건 동태, 말린건 북어. 살짝 말린건 황태. 새끼 말린건 노가리.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그럴적에 명태란 한국 가곡도 있다. 가사가 평범하지는 않은데, 널리 알려진 곡이다.

소주를 마실 때 카아~~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짜악 찢어지어
내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으허허허허허
이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양명문 시, 변훈 곡, 오현명 노래)

입맛은 변함이 없는 건가. 이 겨울엔 아내가 동태찌게를 저녁상에 이따금 올린다. 다시 맛볼적에 눈물과 콧물이 섞여, 후후, 훌쩍이며 허겁지겁 먹어 치운다. 맛은 기막혔는데, 역시 입맛은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동태는 한국동해에서 잡힌 건 아닐 것이다. 대서양 주변에서 잡힌 것일까? Maine주 해안에서 잡혔을까. 

오래전에도 한국인의 입맛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랜 수필의 한 대목이다. ‘사십 년 전인지 오십 년 전인지 북미로 이민간 조선 사람 두 사람이 하루는 어디선지 어떻게 하다가 명태 세 마리가 생겼더란다. 오래 그리던 고토故土의 미각인지라 항용 생각기에는 세 마리의 명태를 천하없는 귀한 음식인 듯이 보는 그 당장 먹어 치웠으려니 하겠지만, 부否! 두 사람은 그를 놓고 앉아 보기만 하더라고.’ (채만식, 명태 중에서). 

명태는 여전히 한韓국민 생선인가 한다. 타국에 사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동해를 떠난 명태의 귀환을 기다린다. 돌아오라. 명태.

지금 잡은 생선을 좀 가져오라 하시니 (요한 21:1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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