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43 ] 싸이의 작명스타일
보스톤코리아  2018-12-20, 20:25:03 
유투브가 생긴 이래 전무후무한 조회수를 기록한 노래, 어느 나라를 가도 남녀노소가 따라하는 노래, 가 바로 우리나라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이다. 필자는 방송 녹화차 튀니지를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강남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이 어느 나라 노래인지 그 아이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필자에게 싸이가 재미있는 가수인 이유는 역시 그의 노래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름 때문이다. 그는 대구 사나이다. 부산 대구 등 영남지방에서는 이름의 끝자만 부르는 경향이 강하다. 하여 필자의 처가 쪽 친지들은 수영이를 ‘영아’, 미선이를 ‘선아’ 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또 하나 대구에서 함경도에 이르는 한반도의 동쪽 지역에서는 받침 ‘ㅇ’을 이중모음으로 분해시키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어린 시절 동네에는 ‘수메이’란 사람이 있었다. 필자는 도대체 이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다. 그냥 ‘수메이’가 아니라 ‘-메이’부분이 마치 영어 boy 를 발음할 때처럼 ‘메’ 부분이 약간 길고 ‘이’ 부분이 아주 짧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고서야 그 발음이 ‘수명’이란 이름이었음을 알았다. 뿐만이 아니다. 필자의 아버지는 필자의 삼촌을 늘 ‘기서이’라고 하셨다. ‘서’에 비해 ‘이’는 마치 돼지꼬리처럼 짧게 입속으로 사라지는 그런 발음이다. 작은아버지 이름 ‘기성’을 그렇게 발음하시는 것이었다. 

싸이의 본명은 박제상이다. 그가 방송에서 한 말에 따르면, 친구들은 그를 ‘제싸이’ 혹은 ‘싸이’라 불렀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순경음 ‘ㅇ’이다. 지금도 경주지방에는 이 발음이 남아있다. 박제상은 가수가 되면서 자신의 예명을 ‘싸이’라 했다고 한다. 
박제상은 자신의 예명 ‘싸이’를 로마자로 Psy라 쓴다. 왜 그랬을까? 그냥 sy만 쓰면 ‘사이’처럼 들릴까봐 앞에 p를 보충한 것이다. 어디서 본듯하지 않은가? psychology(심리학), psychiatrist(정신과의사) 등의 영어단어에서 바로 psy를 볼 수 있다. 물론 이 단어들에 p가 있다고 해서 발음이 ‘싸이콜로지’로 나는 것은 아니다. p가 없어도 sign은 ‘싸인’이지 ‘사인’이 아니다. 그러니까 가수 싸이는 발음 때문에 p를 덧붙인 것이 아니라 그냥 멋으로 그런 것이다. 그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그렇다, 적어도 언어학적으로는.   

Psyche를 영어로는 ‘싸이키’라 발음하지만 그리스어로는 ‘프시케’라 발음한다. 그리스어뿐 아니라 프랑스어에서도 p를 발음하여 ‘프시케’라 한다. psychology는 프랑스어에서는 영어와 달리 ‘프시콜로지’라 발음한다. 

외국어 발음을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 출신의 차이코프스키는 영어로 Tchaikovsky라 표기한다. 앞의 ‘t’가 없이는 러시아어 본래의 경음을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지인 중에 프랑스에서 공부한 홍용철 교수가 있다. 그분은 자신의 이름을 Hong Yong-Tcheol로 표기한다. 왜 이렇게 복잡한 철자를 쓰느냐고 물어봤더니, 프랑스어에서는 cheol만 쓰면 ‘셜’로 발음되기 때문에 앞에 ‘t’를 보충했다고 한다. 그렇다. 프랑스어에서는 che-가 ‘ㅅ’으로 발음된다. 중국의 모택동은 로마자로 Mao Tse Tung이라 표기한다. ‘마오쩌퉁’란 중국어 발음을 살리기 위해 ts-를 쓴 것이다. 

고유명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말 안에서도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일본어 ‘쓰나미’란 단어는 tsunami라 표기한다. 그러니까 이 발음도 우리말의 쌍 시옷 소리가 아니라 입을 닫았다가 급하게 열면서 내는 일본어 파찰음(affricate)인 것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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