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안치과
보스톤코리아  2018-10-04, 19:56:39 
몇년전 이다. 한국을 방문중이었다. 병원 선전간판이 눈을 잡았다. ‘뭐래?’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나역시 아내가 병원에 다녀오면 묻는 말이다. 아무 것도 할 수없다만, 걱정되니 묻기만 하는 거다. 대답이야 크게 다르지 않다. 뭐, 괜찮데.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배울 것이다. 나도 배웠으니 말이다.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씹어야 맛아닌가 말이다. 시인은 씹을 적에 푸른 우주가 보인다 했다. 나는 푸른 우주가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기 때문일게다. 

밥 먹으며
쌀알 하나에 스민 햇살
잘게 씹는다.
콩알 하나에 배인 흙내음
낯익은 발자국, 바람결
되씹는다.
내 속으로 펼쳐지는
푸른 우주를 본다.
(이응인, 푸른 우주)

들은 우스개 소리가 있다. 노부부가 맥도날드 매장에서 마주 앉아있었다. 음식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노부인만 오물오물 음식을 씹어 삼키고 있더란다. 한편, 할아버지는 음식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하염없이 할머니가 먹는 모습만 쳐다보고 있었다. 보다 못한 누가 이유를 물었다. 대답이다. ‘내 틀이를 지금 할망이 쓰고 있거든. 할망 식사가 끝나면 돌려받아 먹으려고.’ 

옛날, 한국에선 동네의원 이름이 간단하고 명료했다. 김치과, 박내과, 이산부인과. 아내는 아직도 그렇게 부른다. 그게 이해가 빠르긴 하다. 우리 가족은 안치과에 다니는데, 간판은 안치과가 아니다. 안치과에 갈적이다.  치료에 들어가기전 내가 물어봤다. 치과의사는 본인의 치아는 누가 치료하는가? 대답이 간결했다. 쉬운건 본인 스스로, 어려운 수술은 친구 치과의사가 한다했다. 한국속담이 떠올랐다. 중이 제머리는 깎지 못한다. 치과의사도 제 이는 제손으로 치료 할 수없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진료의자에 앉으면, 의사는 말을 시킨다. 물론 입은 벌려져 있으니 대답할 수는 없다. 치과 치료중엔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은 있으되 말할 수없고, 입을 벌리고 있어도 대답할 수없는 거다.

안치과에게 내가 또 물었다. ‘튼튼했던 이가 왜 예전만큼 시원치 않은가?’ 돌아온 대답이다. ‘수십년 사용했음을 기억하시라.’ 아, 그렇구나.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에도 몇번씩, 맹렬히 수십년을 한결같이 썼구나. 아, 감사해라. 난 아마도 아내의 틀이를 빌려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썰렁개그중 한 토막이다. 치과의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이齒 없으면 잇몸. 안치과도 이 개그를 싫어 할 것이다. 사족蛇足이다. 이 졸문은 안치과 간접광고가 아님을 밝힌다. 안치과는 내 고등학교 후배다.

남은 것은 겨우 잇몸 뿐이로구나 (욥기 19: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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