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스톤 인근 로렌스, 노스 앤도버, 앤도버에서 연쇄 가스폭발
신영의 세상 스케치 663회
보스톤코리아  2018-09-24, 10:39:42 
'다행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이런 큰일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다행'이라는 단어와 그리고 '나와 가족의 안전'에 대한 감사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자식을 잃고 슬픔과 고통에 있는 부모 형제와 하루아침에 내 집을 잃어버린 많은 이들의 슬픔 앞에서 '다행'이라는 말에 그만 말문을 닫는다. 먼저 이번 가스폭발로 목숨을 잃은 로렌스의 소년 리오넬 론돈(18세)의 명복을 빈다. 그의 유가족들에게도 하늘의 위로가 있기를 기도한다. 정말 미국이란 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연쇄 가스폭발 사고라는 것이 말이다.

요즘은 더욱이 어디를 가나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더욱 그렇지 않던가. 비행기를 타고, 크루즈(배)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다녀도 그 어디 안전한 곳이 있던가. 하늘과 땅과 바다 사이에서 매일 매시간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참으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내가 내 가족이 거기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신께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것이 피조물인 나약한 인간인 우리의 모습이 아니던가. 무엇인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인간의 욕심이 이렇듯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 앞에서는 속수무책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던가.

로렌스와 노스앤도버, 앤도버는 보스턴 시내에서 북쪽으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바로 내 동네이고 내 집이 있는 곳이다. 로렌스는 인구 밀도도 높은 곳이며 스페니쉬와 비엔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시티이다. 로렌스는 30여 년 전만해도 산업(옷, 신발 등)이 활발하던 지역이었다. 그 지역을 지나다보면 빨간 벽돌의 큰 빌딩들이 여기저기 우뚝 솟아 있다. 그 도시가 점점 경제시장이 줄어들고 비지니스하던 사람들도 떠나다보니 30여 년이 다 되는 동안 점점 경제가 침체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노스 앤도버와 앤도버는 로렌스와 경계를 이룬 미국 백인들과 유태인 그리고 동양인(한국, 중국, 인도 등)이 많이 사는 타운이다. 30년이 다 되도록 이 동네에 살고 있지만, 참으로 복잡하지 않고 조용해 좋고 수목이 울창해 늘 평안함을 느끼는 동네이다. 한인들이 여럿 살고 있지만, 그 숫자가 다른 동양인에 비해 높지는 않다. 내 동네에서도 한국 사람을 길을 지나다 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이들이 어려서는 학교에서 보면 중국 아이들이 많았었다. 그런데 요즘은 중국인들보다는 인도인들이 많이들 이사해 오고 있고 여기저기서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9월 13일 하루의 오후였다. 남편의 전화였다. 우리 동네에 가스폭발 사고가 있으니 얼른 밖으로 나가라는 얘기를 해준다. 아직 뉴스에는 특별한 보도가 없으니 다시 전화를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강아지 티노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모바일폰으로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또한, 남편도 뉴스를 통해 들은 소식을 전달을 해주었다. 동네 사람들의 별 움직임이 없었다. 직장에 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만 집에 있는 까닭이다. 여하튼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후에 하늘에 세 대의 헬리콥터가 소리가 거세가 내며 뜨기 시작한 것이다. 아, 이제는 무슨 일인가 있는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막내 녀석이 전화를 해왔다. 엄마 지금 밖에 나와 있는냐고 물어온다. 그렇다고 하니 그럼 자동차를 드라이브웨이에서 빼서 집 앞 써클에 팍킹을 해놓는 것이 낫겠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다시 집에 들어가 강아지 밥을 챙기고 스프링워터 바를을 너덧 개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30여 분을 더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특별한 움직임을 발견하면 나도 움직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알이다.

그런데 옆집 인도 아이 엄마를 오전에 보았는데 보이지 않아 그 집에 가서 벨을 눌렀다. 아무래도 밖으로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반응이 없었다. 얼마 후 옆집 인도 여자분이 자기 친구 부부랑 함께 집에 도착해 가스 벨브를 잠그고 있는 것이다. 인도 남자분에게 우리 집 가스 벨브도 잠궈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저 멀리에서 연기가 솟기 시작했다. 이때는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남편 비지니스가 있는 보스턴 시내로 출발하는데 벌써 동네 길이 꽉 막혔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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