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26 ] 아들을 잡아먹은 사투르누스
보스톤코리아  2018-08-20, 10:43:37 
필자는 아직도 그걸 극복하지 못했다. 수요일의 영어찰자 말이다. 쓸 때마다 wed-nes-day라고 발음하면서 적어야 한다. 철자가 어렵기로는 우리가 사는 Massachusetts도 마찬가지이다. 중간에 -s-가 두 개였는지, -t-가 두 개였는지 늘 자신이 없다. 아무튼 Wednesday는 왜 이런 복잡한 철자를 가지게 되었을까?

요일의 이름들이 대개 라틴어에서 왔지만 몇 개는 순수 게르만족 신들의 이름에서 왔다. 다시 말하면 역설적이게도 몇 개의 이름은 순수 앵글로-색슨 어휘인 셈이다. 우선 Wednesday는 게르만족의 조상신인 Odin에서 유래한다. 영국 동남부를 점령한 바이킹 족들이 영어에 이식시킨 Odin은 고대영어에서 Woden이 되었고 이 신을 기념하는 날이 Woden's Day였기 때문에 Wednesday란 단어가 생겨났다. 게르만 족의 사촌인 독일어에서는 일주일의 중간이란 뜻에서 Mittwoch라 한다. 참으로 외기 편하고 발음하기 편하다.
 
화요일 Tuesday는 게르만 족 하늘의 신이자 전쟁의 신인 Tiu를 기념하는 날이다. 겉보기에 화요일은 순수 게르만족의 신을 기념하는 이름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쟁의 신 Mars를 기념하는 라틴어 dies Martis를 번역하다보니 마침 자기네 신들 중에도 전쟁의 신이 있어서 이와 대치시킨 것이다. 말하자면 로마의 날짜를 자기네 신으로 대치시킨 것일 뿐이다.

목요일 Thursday는 천둥과 번개의 신인 Thor를 기념하는 날에서 왔다. 덴마크어와 스웨덴어에는 Torsdag라는 형태로 남아있다. 목요일 역시 사실은 라틴어에서 주피터 신을 기념하는 날이란 뜻의 Jovis dies를 번역하면서 자기네 신으로 대치시킨 것이다. 다시 말하면 로마신화의 주피터와 바이킹 족의 토르가 맞먹는 신이다. 최근에 나온 영화 는 한국에서도 매우 인기가 있어서 의아했다. 

금요일 Friday는 Odin의 부인이자 하늘의 여신이며 결혼한 사랑의 신인 Frige를 기념하는 날이다. 로마의 신과는 상관없는 순수 게르만 신에서 유래한 요일이름이다. 이 신의 이름은 오늘날 독일어 Frau(부인)란 단어에 남아있다. 

토요일 Saturday는 라틴어 Saturni dies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로마 사람들이 숭배한 Saturn은 원래 농사와 원예의 신이었지만 낡은 것을 새것으로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혁명과 자기 파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요일 Sunday는 태양의 날이라는 라틴어 dies solis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다만 태양을 뜻하는 라틴어 sol-을 영어 단어 Sun으로 대치했을 뿐이다. 라틴어 sol-은 solar(태양의), solstice(태양이 멈추는 지점, 하지점, 동지점) 등에서 볼 수 있다.         
 
월요일 Monday는 라틴어 Lunæ dies를 번역한 것이다. 라틴어로 luna는 ‘달’이므로 이를 게르만어 Moon으로 옮겨서 day와 결합한 것이다. 달은 서양에서 어두운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태양력을 solar calender라 하고 태음력을 lunar calender라 한다. 야밤에 달을 쳐다보면서 괴성을 지르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영어로 lunatic이라 한다. 

서양에서는 일요일이 주일의 첫날이고, 월요일이 두 번째 날이다. 미국 달력은 일요일부터 시작하는데 한국 달력은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달의 날인 월요일은 왠지 싫다. 월요병이라는 게 이미 이름에서부터 정해진 것은 아닐까.

독일어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Montag, Dienstag, Donnerstag, Freitag, Samstag, Sonntag 등의 독일어 요일 이름에서 마지막 철자 -g가 영어에서 왜 사라졌는지 궁금할 것이다.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 -g는 고대영어에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독일어 tag는 영어에서 day가 되었을 뿐 아니라 twenty란 단어도 고대영어에서는 twentig였다. 독일어 일인칭 대명사 Ich도 고대영어에서는 ic였지만 현대영어에서는 어미가 사라지고 I만 남았다. 일인칭 대명사 I를 대문자로 쓴 이유는 ‘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소문자 i가 잘 보이지 않아서였다. 필사생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아이슬란드어에서는 Eg라 쓰지만 철자 -g는 발음하지 않는다. 유럽언어에서 이 단어는 모두 공통의 어원에서 나왔는데 라틴어에서는 ego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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