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이슬과 증류수
보스톤코리아  2018-06-11, 11:56:10 
안개가 자주 끼는가 싶다. 이른 새벽이면 이슬을 만나기도 한다. 이슬은 잎사귀나 차창에도 맺힌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제법 있다는 말이고, 쳐다보는 것만도 맑기만 하다. 이슬에 관한 시 한편이다. 읽기에 시가 서럽다. 너무 작고 맑아 서러운 거다. 

안간힘을 쓰며 
찌푸린 하늘을 
요동치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저 쬐그만 것들 

작아서, 작아서 
늘 아름다운 것들, 

밑에서 밑에서 
늘 서러운 것들. 
(조태일, 이슬 곁에서)

생수生水. 이건 자연 시냇물을 끓여 식힌물은 아니다. 단지 여과했을 뿐이다. 그렇게 들었다. 그러니 생수는 적당히 불순물이 끼여 있고 미네날도 섞여 있다. 약수藥水란 것도 있는데, 내 장인도 새벽이면 물통을 들고 약수를 받으러 다니시곤 했다. 생수와 약수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만, 분명 생수나 약수는 증류수는 아니다.

증류수 클럽. 내 아내의 학교적 친구들 모임 이름이다. 순수한 여자애들 모임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증류蒸溜를 네이버가 정의했다. ‘액체를 가열하여 생긴 기체를 냉각하여 다시 액체로 만드는 일.’ 말이 어려운데, 물을 끓일적에 뚜껑에 맺히는 물방울이 증류수이다. 

순금純金은 100% 금이다. 순금이 좋기는 한데, 이슬이나 증류수처럼 마냥 서럽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순금이라면 너무 물러 반지로 만들 수없기 때문이다. 반지는 적당히 이異물질이 섞여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강도剛度가 살아나 반지로 쓸수있다. 내 결혼기념일 반지도 순금이 아니다. 옛적엔 금은방 이름중엔 정금사精金社가 많았다.

몇개월전 한국신문 칼럼을 읽었다. ‘순백사회의 역설’. 사회학자가 쓴 글이다. 완전무결한 순백은 오히려 쓸모가 덜하다 했다. 순수해야 하고, 깨끗해야 하는건 마땅하다. 하지만 사회가 그래서야 어디 돌아가겠냐는 거다. 흙탕물 튈까 두려워 움직이지 않고, 외출하지 않는것과 같다고나 해야겠다. 마시는 물은 생수여야 하고, 증류수는 아니다. 

아내의 증류수클럽 모임은 계속 되는가? 아내는 화학을 공부했고, 순수하기가 여전히 이슬과 같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精金 같이 나오리라 (욥기 23:10)


김화옥  I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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