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퇴고推敲와 도규刀圭
보스톤코리아  2018-06-04, 11:05:07 
봄을 지나, 한참 초여름 입구에 섰다. 꽃잎도 하염없이 떨어진다. 계절이 바뀌면 어차피 떨어져야 하는 법. 떨어지는 꽃잎이 칼바람을 맞은건 아니다.

한국검도를 배우고 수련한 적이 있다. 목검木劍을 쥐는 법부터 시작했다. 목검도 벨적엔 칼바람소리가 난다. 그러니 금속검은 어떠랴. 칼바람 소리가  다르다. 대각선으로 허공을 갈라 내리베면 살벌한 바람이인다. 휘~익 소리는 서늘함을 넘어 소름이 돋는다. 

도규刀圭. 이제는 사전에서도 찾을 수없는 단어이다. 칼잡이라는 뜻인데, 외과의사를  말한다. 헌데, 칼잡이가 어디 의료업에서만 있으랴. 당연하게 고깃간에도 있다. 한국에선 정육점이라 했다. 한칼 끊어 고기를 사고파는 거다. 글판에서도 칼바람이 살벌하다. 시인 김수영의 글도 편집자에 의해 칼질(?)을 당했다고 했다. 글판에서 칼질은 퇴고推敲라 해야 어울릴 게다. 퇴고와 도규는 은연중에 공통분모가 있지 싶어 하는 말이다. 

글 중에 으뜸은 소설이라 했다. 누구는 산문이라 했고, 또 다른 누구는 시詩라고도 했다. 하긴 소설이나 산문이나 시나 모두 메마른 학술논물보다야 읽기에는 편하다. 그런데 글이 소설과 산문과 시 뿐이랴. 이런 저런 다른 글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신문기사에 실리는 댓글도 가관이다. 누구나 읽으면 소감은 있을텐데, 댓글은 읽지 않는게 차라리 나은지도 모른다. 전문적으로 댓글만 달아오던 이가 구속되었다 했다. 친親정부 댓글일 텐데, 그가 엉뚱한 짓을 저지른 모양이다. 댓글로 칼바람을 일으키더니 그 칼에 베였지 싶다. 그의 댓글에는 퇴고가 없었던게 분명하다. 드루킹이라던데, 발음하기도 아리송하다. 
바람이 일적엔 몸을 낮춰야 한다. 칼바람이 불적엔 더 깊숙히 숙여야 한다. 폴발레리 시를 차용한 시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 겠다.
(남진우, 폴발레리 시에서)

남북간의 대화. 북과 미국과의 대화. 복잡하게 얽히는 듯 싶은데, 이제 시작이다. 좋은 결실이 맺어졌으면 한다. 사정이 그럴적에, 퇴고推敲하기에는 어림도 없이 이르다. 서늘한 칼바람 소리는 없어졌으면 한다. 

어디 댓글만 문제랴. 퇴고없는 이 졸문도 혹여 칼같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지도 모르겠다.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그들이 칼같이 자기 혀를 연마하며 (시편 64: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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