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청빈淸貧과 청부淸富
보스톤코리아  2018-04-30, 10:33:04 
김영삼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가진자들에게 고통을 주겠다. 가진것이 죄라는 말과 다름없이 들리는데,  섬뜩하다.  청부淸富는 어려울 텐데, 청빈淸貧은 더 험난한 지도 모른다. 반대일 수도 있다. 

예전엔 청빈淸貧은 최고의 덕목이었다. 가난하지만 깨끗하다는 말일게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청빈淸貧보다는 청부淸富가 낫다 했다. 깨끗한 가난 보다는 깨끗한 부자가 낫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부자가 더럽다는 말은 아니다.  나태주 시인이다.  청빈이 편안하다고 읽힌다. 

가난한 자에게는 끝없는 해방과 평안을. 
넉넉한 자에게는 담을 쌓고서도 잠 못 드는 불면을. 
일인에게 이인분의 행복을 주시지 않는 하느님, 
공평하신지고 만세 만세 하느님.
(나태주, 가난한 자에게는)

한국에서 고위공직자가 또 걸려들었다. 과거 대기업을 마구 질타하던 그가, 대기업의 돈으로 공짜외유를 즐겼다 던가. 남의 돈 함부로 쓰는 것만 경계해야 겠는가? 권력도 제대로 썼어야 했다. 결국 그는 낙마했다. 한국 목욕탕에 걸려 있던 안내문이다. ‘물은 충분히 쓰십시요. 하지만 낭비하지는 마십시요.’  슬쩍 말을 바꾼다. ‘권력은 충분히 즐기십시요. 하지만 낭비하지는 마십시요.’

록펠러 이야기이다. 자수성가한 그는 구두쇠였던 모양이다. 한편, 그의 아이들은 흥청망청이라 했다. 그가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검소한데, 왜 당신 아이들은 그 모양이냐?’ 그의 대답이다. ‘난 부자 아버지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부자 아버지가 있다.’ 제손으로 번돈이라야 아까운 줄 안다. 그게 어디 재물뿐이랴. 권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모 항공사에서 또 일이 터진 모양이다. 항공재벌일텐데, 창업주 삼세 딸아이가 부하직원을 향해 물병을 던졌다고 했다.  ‘부모덕은 충분히 즐기십시요. 하지만 함부로 쓰지는 마십시요.’

하긴 청빈을 지키려, 누구나 나물만 먹고 물만 마실수는 없다.  땅은 누가 매고, 누가 지구를 지키고 먹여 살릴 것인가?  심심하니, 별의별 걱정을 다한다. 아, 봄이다. 

허랑방탕하여 그 재산을 낭비하더니 (누가 15:3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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