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19
화랑세기花郞世紀, 8세 풍월주風月主 문노文弩(10)
보스톤코리아  2018-03-26, 13:21:02 
[무리 중에 김천金闡226) 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백운白雲과 제후際厚를 위하여 사사로이 사람을 죽였다. 조정에서 벌주려 했다. 세종공이 말하기를 “의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상은 가하나 벌은 불가하다” 했다. 이에 작爵을 주어 기렸다. 이로써 공의 낭도들이 많이 세종공에게 귀의했다.]

다섯 문장으로 구성된 위의 문헌이 너무나 함축되어 있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원문은 49자). 이름으로 남녀도 구분이 안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조정에서는 벌을 주려고 했고 세종전군은 옳고 이치에 맞는 일을 했기에 상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벼슬을 얻었다. 이 일로 인하여 많은 화랑도들이 세종을 따른 것으로 보아 김천의 행위가 정당했고 세종의 판단 역시 현명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를 죽였는지, 의리를 빼고는 왜 살인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무슨 직위의 벼슬을 받았는지 어떤 상을 받았는지의 구체적인 내용도 알 수가 없다. 화랑세기에 전하는 당시의 배경은 세종이 문노와 신속관계를 맺고나서 매사를 문노와 상의하여 진행하였다. 그러던 중에 문노의 일문에 속해있던 낭도가 살인사건으로 잡혀와서 문초를 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종은 문노의 낭도이기에 먼저 그 내막을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관리들은 살인자인 낭도 하나(특히 문노의 무리 중에는 하층민들도 많이 있었다) 처벌하는 것이 무슨 큰 일이냐며 세종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세종은 재능이 있는 화랑을 벌주기 전에 그 내막과 진의를 명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진흥왕에게 간청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 결과 세종은 김천이 의리로서 살인을 했으니 벌보다는 상을 주어야 한다고 진흥왕에게 보고하였다. ‘김천의 살인사건’, 고려시대의 역사서인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조선 초기에 편찬한 역사서인 삼국사절요와 동국통감 등에는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는 분명히 조선 초기까지는 ‘김천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구전되었거나 다른 사서에 기록되어 있었다는 방증이다(영조 때 안정복이 쓴 역사서 동사강목에도 그 내용이 전한다). 결과적으로 화랑세기 필사본이 출현되면서 삼국사절요에 나오는 김천, 살인을 하고도 상을 받은 주인공 김천이 문노를 따르던 의리있는 화랑도였다는 퍼즐이 맞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삼국사절요에 실린 김천의 살인사건 이야기를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신라시대 진흥왕 재위시 조정에서 관리로 지내는 두 집안이 있었다. 한 집에서는 아들인 백운白雲이 태어났고, 또 한 집에서는 딸인 제후際厚가 태어났다. 그 두 집안은 자신의 자식들을 서로 혼인 시키기로 약속하였고 그들도 자라면서 서로 다정하게 지냈다. 그렇게 성장함에 따라 그들의 사랑도 익어갔다. 백운은 14세가 되었을 때 국선이 되었다(즉 백운은 문노의 밑으로 들어가서 화랑도가 되었다는 말이다. 당시 문노의 낭도들은 호국선이라 불렀고, 설화랑의 낭도들은 운상인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백운은 15세에 눈이 멀어 맹인이 되었다. 늠름하고 기백이 넘치던 백운은 더 이상 화랑으로서의 사명을 다 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제후의 부모는 결혼 약속을 파기하였다. 그리고 제후의 부모는 그녀를 무진태수 이교평에게로 혼인하려고 계획하였다. 하지만 백운을 자신과 같이 사랑해온 제후는 은밀히 백운을 만나 무진으로 자신을 찾아와 주길 부탁하였다. 동시에 남편이 될 이교평에게는 가장 좋은 길일을 잡아야 된다며 혼인을 미루었다. 그런 와중에 백운은 무진으로 가서 제후를 데리고 몰래 달아났다. 둘만이 살 곳을 찾아 인적이 드문 산골로 가다가 그만 협객(산적)들을 만나 사랑하는 제후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자 백운을 따르던 무리 중의 하나로 용력이 뛰어나고 마상궁술이 특출했던 김천이 협객들을 뒤쫒아가서 모두 죽이고 제후를 찾아왔다. 진흥왕 27년 2월에 왕이 이를 알고  세 사람의 신의를 가상히 여겨 관작을 3급씩 올려 주도록 하였다>. 
화랑세기 문노조에 간결하게 실린 김천의 살인사건이 삼국사절요와 동국통감 등으로 인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 밝혀지는 모습이다. 이 사건은 566년에 일어났으며 진흥왕의 이부동복 동생인 세종이 김천의 의로운 행위를 소상하게 인지하고 있었기에 살인죄 대신에 부녀자를 강탈했던 산적들을 제거한 공로로 상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진흥왕은 김천과 백운과 제후에게 파격적으로 3등급을 승진시키는 벼슬을 내렸다. 백운과 제후의 사랑은 계속되었다.         

226) 이종욱의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에는 ‘금천’으로 풀이되었는데, 金이 그의 성姓인지 ‘금천’이 그의 이름인지 확실치 않아서 성으로 보고 ‘김천’으로 풀이했다(김천으로 해역한 문헌도 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사절요,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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