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투 운동(#Me Too)'을 응원하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632회
보스톤코리아  2018-02-12, 12:27:21 
마음이 무겁다. 나도 한 가정의 주부이고 한 남편의 아내이며 그리고 아이들의 어머니라는 것과 사회 활동을 하는 한 여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더욱이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며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며칠 전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을 시청하며 깜짝 놀랐다. 그것은 서지현 검사,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성폭력 피해 폭로 글의 전문을 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2010년 10월에 겪었던 일이었다니 7여 년을 가슴에 꽁꽁 싸매두고 꼭꼭 숨기며 그 긴 시간 고통 속에서 아파했을 그녀의 가슴이 전해온다.

'미투 운동(#Me Too)'의 개요를 다음 백과에서 빌리자면 성폭력 생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연달아 고발한 현상이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존자 간 공감을 통해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래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으로, 2017년 10월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제안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하고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붙여 연대 의지를 밝혔다. 이후로도 전 세계 80개 이상 국가에서 미투 해시태그를 통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으며, 특히 사회 각 분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타임지는 심사숙고 끝에 올해의 인물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선정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에서도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를 계기로 그동안 꾸준히 지펴 온 '미투 운동'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미투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티핑 포인트란 2000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맬컴 글래드웰의 책 제목으로 특정 아이디어나 경향, 사회적 행동이 들불처럼 번지는 마법의 순간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지목하고 있다. 첫째는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전염성이 있다는 것, 둘째는 작은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나 경향이 엄청난 결과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셋째는 이러한 변화가 마치 섭씨 100도가 되는 순간 끓기 시작하는 물처럼 극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 서지현 검사의 '강제추행 폭로'는 우리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이다. 다른 곳도 아닌 법과 질서의 본체라 할 수 있는 검찰 내 검사에게 있었던 일이라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외의 여러 곳에 잔재할 갑을 관계에서 남녀평등을 외치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자리의 구석구석에서 만연했을 약자의 웅크린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서 검사의 바람처럼 지금까지 이런 일을 당하고도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꾹꾹 눌러 놓고 덮어 놓았던 묵은 상처들을 들춰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라는 간절한 마음인 것이다.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에서의 '미투 운동(#Me Too)'을 시작으로 이번 서지현 검사의 '강제추행 폭로'로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법조계를 시작으로 영화계 그리고 문학과 문화계에 이르기까지 오늘 아침 JTBC 뉴스룸에 최영미 시인의 '괴물'이란 시와 함께 그녀가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괴물'이란 시 속에 등장한 En선생은 이 시어들을 만나지 않아도 금방 눈치챌 원로 시인임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아침 JTBC 뉴스룸을 시청하던 내 가슴마저도 침울하다 못해 참울해지고 말았다. 그 원로 시인은 내가 10여 년 동안 몇 차례나 뵈었던 존경했던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떤 것이 문제였을까. 사람이, 제도가 그 무엇이 문제였을까. 갑을 관계에서나 상하 관계에서 그 어떤 일을 맡기거나 요구했을 때 싫다고 말하면 건방진 말대답이 되고 밀어내거나 거부하면 건방진 X가 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그래도 미안하지만 고마운 것은 용기 있는 서지현 검사의 '강제추행 폭로'로 불을 지필 수 있는 불쏘시개가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 그동안 크게든 작게든 어느 자리에선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아니 당했을 숨죽였던 아픈 상처의 가슴들이 햇볕을 받아 스스로 당당하게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서지현 검사의 바람처럼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면서 한국의 '미투 운동(#Me Too)'을 응원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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