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신년사를 청독聽讀하고 나서…
보스톤코리아  2018-01-08, 10:42:07 
2018년 새해 초하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것이다. 내용 중 특히 나의 주목을 끄는 부분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낼 용의와 핵단추가 그의 사무실에 있다면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IOC수장 등 관계자들이 여러차례 북한의 참가를 독려/촉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 최고지도자인 그가 처음으로 참가할 수 있다는 용의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라고 했다. 

대표단의 참가문제를 실무단체나 대남기관이 아닌 그가 직접 육성으로 전했다는 것은 좀 생소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거듭된 ‘진심’ 표현의 비중을 되새겨 보면 남북관계의 개선에 기대를 걸게한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은 절박한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하면서 남북간의 비정상적인 대결관계를 끝내지 않고서는 통일은 고사하고 외세가 강요하는 핵전쟁의 참화를 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의지 역시 여러차례 반복해서 강조했다. 

하지만 대미관계 개선의 언급은 없었다. 과거의 ‘통미봉남’의 정책에서 ‘통남봉미’로 바뀐 느낌을 준다. 또한 그의 통일지향과 개방, 접촉과 대화, 왕래와 교류 등의 의지도 강하게 표현하였다. 그는 관계개선 용의, 교류와 왕래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한국의 여야는 물론 각계각층의 단체와 개인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교류의 길을 개방하겠다고 하였다. 

거부하기 힘든 유화적인 그의 손짓이 평창으로 왔다. 지난해 문재인정부가 제안한 수차례의 대화제안에 거부한 그가 갑자기 이 같은 메세지를 보낸 것은 새해부터 자신이 한반도의 판세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도 있겠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절박해지는 상황을 탈출하려면 한국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기에 평창동계올림픽을 매개체로 이용하는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용의를 환영하고 대표단을 따뜻하게 맞이하여야 한다. 그들의 참가는 평창올림픽을 더욱 안전하고 평화스럽게 치룰 수 있는 여건이기도 하다. 다만 그로 인해 ‘돈 요구’를 하지않길 바란다. 어떠한 요구도 결부시켜서는 안된다. 정치적인 협상은 올림픽 이후에 별도로 하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올림픽은 순수하게 올림픽정신에 입각하여 아름다운 승부를 펼칠 때 그 숭고한 가치를 맛볼 수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들이 참가하기로 예정된 평창에 북한대표단도 함께하여 안전하고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룬다면, 이는 분명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평화의 제전이 아니겠는가! 

다음은, 김정은 사무실에 있다는 ‘핵단추’이다. 핵무력 완성에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고 강조한 그는 이제 미국은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단추 하나만 누르면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것처럼 위협했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과 핵탄두 소형화 등 기술적인 난제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제 남은 일은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답보된 핵무기의 대량생산과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핵공격까지 거론하며 미국을 위협하고 핵무기가 완성되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하는 것은 당분간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속에서 나온 그의 유화책의 진심은 무엇일까? 미국을 향한 ‘핵단추’ 언급 역시 공격용보다 방어용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즉 자신은 핵을 완성했기에 핵보유국의 지위로 여유로운 대외정책을 펼치고 강도높은 제재는 대화국면으로 해법을 찾아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가 여기서 직시해야 하는것은 그의 사무실 책상위에 있다는 ‘핵단추’가 미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현실이다. 그의 예측할 수 없는 의중에 따라 목표지점은 항상 변수가 있다는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그의 미국본토 운운에 홀려서 착각을 하거나 미몽에 빠져서는 안된다. 국민 모두가 천장위에 든 구렁이와 함께 사는것 보다 더 불편하고 두려운 북핵을 머리위에 이고 살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평창을 매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관계를 풀어가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 핵보유국 인정을 제외하면 사실 이 전략은 그간 한국에서 보여온 방향과 크게 상이하지 않기에, 이제 남북대화는 새해 벽두부터 급물살을 탈 것이다. 성공적인 결과도출을 위해서는 한미간의 조율 또한 그 어느때 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남북관계 개선에 앞서 김정은은 요구조건이 있다. 

이들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전략자산 반입 중단’ 등이다. 훈련은 조정이나 연기할 수도 있겠지만 전략자산 반입은 북의 핵위협이 존재하는 한 중단이 불가능 하지 않겠는가? 일각에서는 한미균열과 남남갈등을 노리는 위장평화 공세라고도 염려할 것이다. 바라건데 한국은 관계 개선 과정에서 ‘한미공조’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부터 균열이 나지 않도록 신중하고도 정교한 접근을 하여야 한다. 

사실 무엇보다도 어렵고 복잡한 것이 남북관계이지만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것 또한 남북관계가 아닐까? 김정은이 말한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한 해로 빛내야 합니다” 의 ‘민족사의 빛나는 한 해’를 나는 ‘통일의 해’로 희망하고 싶다. 다만 그 통일로 가는 길의 운전석에는 김정은이 아닌 ‘자유민주주의’가 앉아야 됨은 자명한 과제가 아니겠는가?

2018년 1월 1일, 박선우 (민주평통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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