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05
화랑세기花郞世紀, 7세 풍월주風月主 설화랑薛花郞(12)
보스톤코리아  2017-12-04, 11:48:59 
화랑세기에 기록된 설원랑의 가계를 따라가 보기 전에 삼국사기(제48권, 열전 8권)에 나오는 ‘가실嘉實과 설씨녀薛氏女의 사랑 이야기’, 그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먼저 따라가 보려고 한다.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때는 신라 제26대 진평왕 시절, 율리栗里라는 마을에 가세는 비록 가난하였지만 행실이 바르고 아름다운 평민의 처녀가 있었다. 그에게는 늙은 아버지가 있었는데 변방 정곡正谷이란 곳으로 군역軍役을 나가야하는 날이 왔다. 한편 사량부에는 순진한 총각 가실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설씨녀를 사랑했지만 내색을 하지 못하고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가실은 용기를 내어 수자리를 갔다와서 설씨녀와 결혼한다는 약속을 하고는 늙은 설씨녀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변방으로 수자리를 떠났다. 헤어질 때 두 남녀는 약혼의 징표로 거울을 둘로 쪼개서 각자 한쪽씩 나누어 가졌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3년의 기한이 지나도록 약혼자 가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림에 지친 설씨녀의 아버지는 딸에게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라고 계속 강요하였다. 견디다 못한 설씨녀는 도망까지 시도하였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기로 했다. 

결혼식 전날, 어느덧 가실이 수자리를 떠난지도 6년이 지난 그날, 설씨녀 앞에 몰골이 초췌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심지어 설씨녀도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이에 가실은 헤어질때 신표信標로 나누어 가진 거울조각을 내보이고 마침내 설씨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위와 같은 내용이 삼국사기에 실렸다고 해서 이것을 역사적인 사실로 믿기에는 좀 주저하게 된다. 이것은 분명히 어떤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창출한 설화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6년이 지난 초췌한 얼굴이라지만 약혼자를 몰라보고 서로 나누어 가진 거울조각을 맞춰보고 나서야 알았다는 것은 너무나 극적이고 문학적이다. 수자리를 떠나기 전에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사회상을 보면 남녀의 관계가 상당히 개방되어 있었다. 성리학이 지배하는 조선시대에서 대면하지 않고도 결혼했던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이 설화의 소재를 제공한 실제의 역사적인 사건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화랑세기에 나오는 ‘애비 없는 설성’의 어머니 ‘미혼모’ 설씨녀의 삶 가운데서 구리지를 만나는 장면과 그 내용은 충분히 ‘가실과 설씨녀의 사랑이야기’ 를 창출하는 소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화랑세기의 설원랑의 세계世系를 따라가 본다.
[세계: 아버지는 설성공이며, 그 출신을 알지 못한다. 그 선조는 곧 고야촌장 호진공虎珍公의 후손이다.220)  아버지를 알지 못하여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221)    
어머니는 빼어난 미녀로 일찍이 남도南桃의 유화遊花로 있었는데, 우연히 좋은 낭도를 만나 상통相通하여 잉태를 했는데, 그대로 서로 헤어졌다. 공이 자라자, 화랑의 놀이를 좋아하여 매일 냇가에서 아이들과 화랑의 놀이를 익혔다. 구리공仇梨公이 지나가다가 그것을 보고 그 아이의 생김새를 기특하게 여겨 불러 그의 집을 물었더니, 곧 한 작은 민가였다.]
김태식은 그의 ‘화랑세기(또 하나의 신라)’ 에서 화랑세기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산 남자를 설성으로 지목하면서, “현존 필사본에는 공동 주인공들인 풍월주 32명을 중심으로 413명에 달하는 무수한 등장인물들이 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인물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산 여성으로는 진흥, 진지, 진평 세 왕을 모시며 장막의 권력을 휘두른 미실을 꼽고, 남자로서는 설성을 지목한다. 왜인가?” 라고 기술하였다. 설성에 의해 초라한 민가로 안내된 구리지공과 설씨녀의 만남으로 펼쳐지는 설성의 드라마틱한 삶이 이어진다.     
220) 사로6촌(양산촌, 고허촌, 진지촌, 대수촌, 가리촌, 고야촌)의 촌장(알평, 소벌도리, 지백호, 구례마, 지타, 호진)들이 알천 언덕 위에서 임금과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정할 것을 논의 하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박혁거세를 맞이하여 임금으로 세웠다. 그리고 6촌은 유리 이사금 9년(서기 32년)에 6부(급량부, 사량부, 본피부, 점량부, 한지부, 습비부)로 개칭되었고 성(이, 최/소, 정, 손, 배. 설)을 하사하였다. 

221) 신라는 부계사회였고, 대부분 아버지를 알기에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모를때는 종모성으로 하였다. 설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설원랑은 아버지의 성을 따랐다. 동시에 모계도 중시했음을 볼 수 있다. 그가 고야촌장 호진공의 후손이라고 표현한 것을 봤을때는…. 또한 신라는 엄격한 골품사회였지만 화랑세기에 보면 설성은 출신을 모르는 미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의붓아버지 구리지에 의해 출세를 하였다. 또한 그의 아들 설원랑은 풍월주가 되었고(풍채가 아름답고 피리를 잘 불었으나 출신이 형편없어 처음에는 낭도들이 받들 생각이 없었다. 즉 아비 없는 자식의 아들이 조정의 고위직 관리의 덕분으로 화랑 중의 화랑, 최고의 화랑인 풍월주의 자리에 올랐으니 많은 낭도들의 시기와 불만이 있었다), 그의 후손들은 번창하였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사절요,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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