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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객설閑談客說: 묵은지 사랑
보스톤코리아  2017-09-11, 11:41:40   
  김치엔 고추가 들어가야 한다. 물론 백김치도 있으며, 물김치도 있다. 하지만, 김치는 맵고 붉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깍두기와 열무김치도 있다. 

  늦은 겨울과 이른 봄에 걸쳐 자주 맛보던 음식이 있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만둣국이다. 신 김치로 만두소를 만든 다음, 만두를 빚어 내는 거다. 어머니의 신 김치 만둣국은  거의 환상이었다. 요샌 신 김치를 묵은지라 하는 모양이다. 일부러 묵은지를 만든다고도 했다. 김치찌개에는 역시 묵은지가 들어가야 한다. 그럴진대, 김치찌개는 바글바글 뜨겁고, 색깔을 더해 진한 주홍색이 되어야 한다. 흰색 두부 한모와 푸른 파와 색깔이 조화롭다. 군침도는 밥상차림이다. 김치찌개는 집에서만 먹는 건줄 알았다. 이젠 식당 메뉴판에도 버젓이 올라있다. 점심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모양이다. 요새도 김장을 담구는가?
 
 소설가 스티븐 킹의 말이다. ‘글 쓰기에는 격려하는 친구가 필요하다.’ 어디 글쓰기에만 친구가 필요하랴. 나와 가까운 친구가 지은 시詩이다. 시상詩想이 갸륵하다. 

운무에 비 걸리니 고우古友 갈길 멀어지네.
잇지 못할 인연일랑 처마끝에 매어두세. 
옛사람 배인 향은 묵은지도 비켜가리.
한잔 술에 그려넣고 조만조만 넘겨보세.
(이문당 황선희, 운무에 비 걸리니)

   운율이 입안에 굴러 부드럽게 읽힌다. ‘옛사람 배인 향은 묵은지도 비켜가리.’ 에서 자지러 졌다. 묵은지도 비켜 간다니. 신 김치보다 깊은 맛이라는 말일게다. 묵은지는 맛이 묵직한데, 꽃향내의 달콤함은 아니다. 구수하다기엔 섭섭하고, 짜거나 맵지도 않다. 사각사각 씹히는 맛도 없다. 오히려 쭈욱 찢어 어적어적 씹어야 제맛 일터. 너무 뜨거운 묵은지 김치찌개는 야금야금 씹어야 하고, 조만조만 넘겨야 한다. 막걸리 한 사발에 지그시 곁들여 씹어댄다면 맛이 그윽할 수 있겠다. 

  잊지 못할 인연일랑 이라 하길래, 멈칫했다. 잊지 못할 인연이라. 그 친구와 얇지 않은 정분이 쌓였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아직도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던가?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을 먹어치워야 인연이 닿을 것인가? 설마 잣수字數를 맞추느라 넣은 구절은 아니겠지. 설사 그렇다해도 깊히 괘념치 않는다. 시詩는 어차피 가락과 감感으로 읽는 것 아니겠나. 

  작가에게 되물었다. 고우는 옛친구 古友라 풀어도 되겠느냐?  옛사람이라 했고 묵은지라 했기 때문이다. 그래 맞구만. 시인의 즉답이었다. 맞닿은 인연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다행인지 고우는 고우故友가 아니다. 

  묵은지 이야기 꺼냈다가 괜한 입맛만 다신다. 그러고 보니 오이지 먹는 계절아닌가. 아직 저녁시간 멀었나? 오늘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 일까? 오이지일 수도 있겠다. 

평강이 네게 있을지어다 여러 친구가 네게 문안하느니라 (요한3서 1: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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