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만만한 사람
보스톤코리아  2017-04-17, 11:36:33 
 오늘 졸문은 종교적이다. 묵은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10여년전 어디선가에서 읽고 베껴놓은 글이었다. 제목도 그럴듯 하다. ‘만만한 사람’. 반가워 다시 더듬어 읽어 내려갔다. 몇구절만 여기 옮긴다. 

‘만약 내가 만만하고 야단치기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간의 실수와 실패 중 많은 것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중요한 것들은 왜 늘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인지..... 선배에게 야단맞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나중에 후배에게 무시당하는 것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남의 얘기를 듣는 것은 단지 태도가 아니라 능력이며 때때로 성과는 거기서 부터 갈린다.’

  요사이 베드로에게 끌린다. 성경에 나오는 베드로이다. 그는 아마 만만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아니면 그가 선임先任이고 맏형이었기에 그런가. 그는 자주 꾸중듣고 야단 맞는다. 미련하다고 욕먹고, 성질죽이라고 질책 받는다. 얻어 터진것도 여러번이다. 덕분인지 날마다 연단되어 갔다. 하지만 야단 맞을 적엔 그도 서러웠을 게다. 갈릴리 호숫가 뱃전에 앉아 하염없이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만만한 베드로는 이제 위대한 성자聖者의 맨 앞줄에 섰다. 한낱 가난한 어부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성聖베드로가 된 것이다. 

  성경에 나온다. 예수와 베드로와의 대화이다. 언제 읽어도 인간적이다. 대화체 형식으로 바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른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었다.
“주님, 주님께서 내 발을 씻기시렵니까?”
“내가 하는 일을 지금은 네가 알지 못하나,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아닙니다. 내 발은 절대로 씻기지 못하십니다.”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
“주님, 내 발뿐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겨 주십시오.’ (새성경, 요한복음 15:5~9절)

  일단 혼나고 나서, 고집을 꺾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발 뿐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감겨 달란다. 후회도 빠르고, 욕심도 크다. 그의 후회는 정당하고, 욕심은 가히 종교적이다. 신심信心이 깊다 해야겠다. 아예 목욕시켜 달라지 않은게 다행이다. 예수님이 세신사洗身士 될뻔했다. 

‘부활절을 축하합니다.’

‘징계를 싫어하는 자는 짐승과 같으니라’
 (잠언 12:1)

 1. 분명 어느 칼럼에서 베꼈다. 출처를 찾을 수없다. 글의 원저자에게 미안하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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