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Old Spice
보스톤코리아  2017-04-03, 13:32:25 
  수십 년 전, 한국에서 늦은 밤 붐비는 전철 안이다. 모두 손잡이에 몸을 매달고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뒤통수에선 휘청이는 취객을 느꼈다. 그의 눅진한 숨소리에 섞인 끈적한 냄새 때문이다. 그가 저녁으로 무얼 먹었는지, 무슨 술을 어떤 안주와 먹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게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났을 거라는 말은 아니다. 
  
 냄새 강박증이 내게는 있다. 혹여 내게 무슨 냄새라도 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인거다. 내 체취라 해야 할텐데, 내 아내는 내 냄새를 더 이상 즐기는가? 물어볼 용기는 없다. 박두진 시인이다. 벌써 여름냄새가 진동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박두진, 7월의 편지 중에서)

  오래 전이다. 늦은 밤, 티브이를 보는둥 마는둥 켜고 있었다. 레이트 나잇 토크쇼가 진행중이었다. 제대로 들리지 않는 조크 중에 단어 하나가 귀에 잡혔다. ‘Toilet Water’. 여자 친구에게 선물했다는 말중에 튀어 나온 단어다. 당연히 변기에 넣는 푸른색 도는 방취제로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미국동료에게 물었다. 파안대소하며 대답해줬다. 토일렛 워터는 싸구려 향수를 말하는 것이라했다. 
 
 서너살 아래의 미국인 여자 동료가 있었다. 그녀가 이따금 난감한 모션을 보였다. 아침이면, 내게 다가와 가슴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거다.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 되는 건 잠시. 그녀가 둘러대는 말이 재미있다. ‘아빠 냄새가 난다’. 오~잉. 그녀가 덧붙였다. ‘아버지가 쓰던 향수가 Old Spice’.  나는 여름이면 자주 그 싸구려 향수를 슬쩍 바르곤 했다.. 그런데, 그 냄새가 그녀에게는 그리운 냄새였다. 냄새는 정녕 그리움인가?

  몇일전 토일렛 워터, Old spice를 샀다. 그 옛날 그 여학생이 떠올랐다. 그녀가 아직도 그녀 아버지의 냄새를 그리워 하는지 그건 모르겠다. 내 선친에게서는 은단銀丹냄새가 자주 났다.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고린도 후서 2: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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