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올해도 무사히
보스톤코리아  2017-01-09, 15:07:33 
  새해 아침이 밝았다. 떡국은 드셨는가? 새해 인사 전한다. 
   
기억하고 계시는가?  옛적 시내 버스는 모두 낡았다. 운전기사 앞엔 손바닥만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림은 기도하는 소녀였다.   새겨진 글씨 또한 아득하다. ‘오늘도 무사히’.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그땐 사고가 좀 많아야지. 허구한날 교통사고였다.  사고 한번나면 기사도 차주도 모두 절단날 적이었다. 그런 버스 엔진박스는 운전기사자리 옆에 붙어 있었다. 엔진은 소리가 우렁찼고, 철판 덮개는 뜨거웠다.  훌륭한 노약자 보호석이었지만,  너무 뜨거워 이따금 엉덩이를 들썩여야 했다. 마치 쩔쩔 끓는 온돌장판 아랫목에 앉아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 자리는 물론이고, 일반좌석에도 안전벨트 그런것 없었다. 운전기사뿐 아니고, 무사히 여행하려면 안전벨트가 필요할 때 인데도 말이다.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 수 없지만
(도종환, 종이배 사랑)

  김훈의 글귀를 다시 들먹인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이 무사한 하루하루의 되풀이가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랐고, 그것을 내 모든 행복으로 삼기로 했다.’

  매일 매일, 그리고 한해 내내 아무일도 없을 수는 없을게다. 맹랑한 소망일 줄 안다만, 하루를 삼키며 날마다 안도하며 잠자리에 들기를 원한다. ‘아아, 오늘도 하루가 무사히 갔구나.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자.’ 나날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거다. 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는지 불행이 되는지 그건 알 수없다. 다만 순하게 날들이 흐르고,  또 순하게 세월이 쌓여서  올 한 해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올 연말에는 ‘감사합니다. 올해도 무사히 보내 주셨군요.’ 감사기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는 것이 행복이다.’  우리집 아이가 먹으로 썼던 글귀이다.  한마디 덧붙여 아비가 말을 만든다. ‘무탈하게 사는 것도 행복이다.’   오늘도 무사히 보내고,  이 달도 무사히, 이 겨울도 무사히, 올 한 해도 무사히 넘기시라. 무사함만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무사한 모습으로 연말에 다시 만나기를 빈다. 모두 올 한해 가내 행복하시고, 만복 받으시라. 올해도 무사히!

인생길을 무사히 다 가려거든 걸음걸음마다 조심하여라. (잠언 4:26,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성경에 나오는 사뮤엘이다. 사뮤엘은 남자이고, 그림사진은 사뮤엘이 어린 소년일 적이다.
   김훈, 라면을 끓이며 중에서. 그의 글은 적당히 빼고, 덧 붙이고, 꼬고, 줄이고, 늘릴 수는 없다. 그럴 수없으므로 그냥 옮기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아, 이 노릇을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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