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잡다한 역사 (4) 이어지는 선거, 그리고 슬로건
보스톤코리아  2016-11-07, 12:04:43 
대한민국의 2007년 대선 당시, BBK나,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숱한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의 키워드는 '경제'였고 그의 선거 슬로건은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이었다. 말하자면 그 선거에서 경제라는 키워드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1896년, 매킨리: "Good Money Never Made Times Hard"
미국 대선에서도 경제가 선거 슬로건의 핵심이 되는 때가 종종 있었다. 가령 통화정책을 둘러싼 계층간 이해가 핵심 이슈였던 1896년, 민주당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은 이른바 "황금 십자가 연설 (Cross of Gold Speech)"을 통해 "인류를 황금의 십자가에 못박으면 안된다"면서 금본위제 폐지를 주장하고, 은화 자유 운동을 벌였던 제 3당인 인민당(People's Party)과 연합하여 선거를 치렀다. 이와 정반대편에서 동부의 은행가와 산업재벌들이 선호했던 금본위제를 유지하고자 했던 공화당의 윌리엄 매킨리는 "Good Money Never Made Times Hard"라는 슬로건을 통해 금본위제가 경제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고 대응했다. 

1928년, 후버: "A Chicken in Every Pot and a Car in Every Garage"
1928년의 선거 역시 경제가 키워드였다. 세 번의 선거에서 내리 공화당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1920년대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낙수효과(Trickle Down, 즉 기업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감세는 투자와 소비 유발 효과를 가져오고 이로써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입장)였다. 1929년 대공황으로 낙수효과 경제정책의 부작용이 수면으로 드러남과 동시에 미국 경제 전체가 심각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기 직전까지, 1920년대는 번영의 시대인듯했다. 가령 1923년 하딩 사후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이어 1924년 선거에서 당선된 쿨리지는 "미국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기업 친화적"인 경제 정책을 이어갔다. 적어도 GDP같은 지표가 좋았던 덕에, 사람들은 "쿨리지 번영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하여  1928년 선거 당시 후버의 슬로건은 쿨리지 번영을 유지하자며 모든 미국인의 부엌에서는 치킨 수프가 끓고 있고, 모든 미국인의 차고에는 차가 있는(A Chicken in Every Pot and a Car in Every Garage)라는 선거 슬로건을 내놓았다. 일명 "치킨이 있는 저녁"이라고나 할까. 그 선거 후 채 1년이 되지 않아 미국 경제는 대공황이라는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지만. 

1932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Happy Days are Here Again"
대공황의 상처가 전 미국을 할퀴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후버때문이다." 공화당의 후버가 재선이 될 확률은 매우 낮았던 때, 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 딜"을 들고나온 루즈벨트는 "행복한 날이 다시 여기에(Happy Days are Here Again)"를 외치면서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뿐"이라고 연설했다. (여담으로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18조에따라 1918년부터 1933년까지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었는데, 루즈벨트는 선거 공약 중 하나로 금주법을 내세웠고 그의 취임 직후 수정헌법 21조는 수정헌법 18조를 뒤집고 금주법을 폐지시켰다. 애주가들에게 행복한 날은 다시 찾아왔다.) 
이어지는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프랭클린 루즈벨트에 맞선 알프래드 랜든은 Defeat the New Deal and Its Reckless Spending(뉴딜을 끝내고, 그 무절제한 재정지출을 막자) "새 판을 짜자(Let's Get Another Deck)" 라이프, 리버티, 그리고 랜든(Life, Liberty, and Landon) 등의 슬로건을 들고 나와, 뉴딜의 규제와 사회주의적 함축 등을 비판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 하였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슬로건은 단 한마디로 랜든의 슬로건을 무장해제했다. 후버를 기억해봐(Remember Hoover!)

1980년, 레이건: "살만하십니까?" 
20세기 대선 후보 중 경제를 핵심 슬로건으로 삼아 백악관에 입성했던 대통령 중 로널드 레이건을 빼놓을 수는 없겠다. 레이건이 대선 후보로 등판했던 1980년, 현직 대통령 지미 카터를 이겼다. 일반 투표에서도 50%가 넘는 득표, 그리고 선거인단 득표수로는 90%를 차지한 압도적인 승리었다. 레이건의 슬로건은 이랬다: "여러분은 4년 전보다 잘 살고 계십니까(Are you better off than you were four years ago?)"
2차대전 후 미국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였고, 그 성장은 거의 30년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성장은 1970년대 아랍 산유국 연합들이 원유 가격을 동시에 대폭으로 인상하면서 세계경제가 휘청이게 된 1973년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제동이 걸렸다. 그리고 지미 카터 대통령인 1978~9년에 벌어진 2차 오일쇼크는, 전 세계의 경제에 심한 타격을 입혔다. 미국에서도 물가 상승과 경기둔화 및 실업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니 사실 당시의 물가상승과 경기불황은 카터가 무능해서, 혹은 카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잘못되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슬로건 "4년 전보다 잘 살고 계십니까?"라는 슬로건은 매우 효과적으로 상대 후보로 나온 카터 대통령이 경제 정책에 있어서 무능하다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여러분은 4년 전보다 잘 살고 계십니까?"라는 슬로건은 확실히 강렬했고, 레이건 8년 임기동안의 "레이거노믹스"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다만 8년에 걸친 레이건 시대, 군비 지출 등의 증가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고 국가 채무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반전.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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