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19. 주권 회복을 위한 만리 길 (4)
보스톤코리아  2016-10-17, 11:33:25 
마론 브란도의 오스카상 수상 거부
양심있는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인디언 인권운동에 힘을 보태기도 했는데 마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아카데미상 수상을 거부한 사건은  특별히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 모았다. 1973년 3월 27일 개최된 제45차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대부(The Godfather)에 출연한 마론 브란도가 남자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수상을 거부하고, 대신에 아파치 인디언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난 아파치계 혼혈 여자배우인 사친 리틀페더(Sacheen Littlefeather)에게 수상거부이유를 대신 읽게 만들었다. 마론 브란도는 심지어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도 인디언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점을 수상거부 사유로 밝혔다. 뒤이어 리틀페더는 그때 당시 벌어지고 있던 운디드니 대치 상황에 대하여도 언급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연예계 최대행사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그 파장은 넓고 깊게 퍼져나갔다. 이런 멋진 재능기부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펠티어의 옥중수기 ‘My Life Is My Sun Dance’
펠티어(Leonard Peltier)는 1944년생으로서 AIM 회원 활동을 해오다가 FBI 요원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1977년에 유죄의 평결을 받아 플로리다의 감옥에서 종신형 징역을 살고 있다. 그런데 그의 유죄 평결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아 각계각층으로부터 탄원이 쏟아졌다. CBS 텔레비전의 간판 탐사 프로그램인 ‘60 Minutes’에서도 이 사건을 재조명하였는데 관련 정황을 엄밀히 분석해 보면 펠티어는 살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도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며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도 펠티어의 재판은 불공정한(Unfair) 재판이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이 그의 임기 중에 펠티어를 사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5백 명의 FBI직원과 가족들이 백악관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FBI국장은 클린턴에게 사면에 반대하는 편지를 직접 써서 보내는 등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클린턴은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클린턴의 뒤를 이은 부시 대통령도 펠티어를 사면하지 않고 임기를 끝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6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연예계의 거부 데이비드 게펀(David Geffen)은 원래 열렬한 클린턴 지지자였는데 클린턴이 펠티어 사면을 거부하자 실망한 나머지 훗날 힐러리를 지지하지 않고 오바마 지지로 돌아서버렸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부부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정치인은 모두 거짓말을 잘 하는데 그것도 너무나 쉽게 한다는 게 문제”라고 비꼬았다.

펠티어는 2000년도에 옥중 수기 ‘My Life Is My Sun Dance’를 발간하였는데 그의 변호를 맡았던 검찰총장 출신의 인권변호사 램지 클라크(Ramsey Clark)가 서문을 썼다. 우리나라에서도 ‘선댄스 끝나지 않은 나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판되었다.

최장거리 걷기(Longest Walk)
1978년에 AIM은 역사상 최장거리 걷기 행사를 개최했다. 인디언들의 단결과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내어 열 한 개의 반 인디언적인 법률 제정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어느덧 인디언 권리찾기 운동의 성지가 되어버린 알카트라스 섬에서 1978년 2월 11일 출정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들이 신성시하는 담뱃대(Sacred Pipe)에 담배를 채워 넣었고, 그 담뱃대는 걷기 행렬과 함께 워싱턴으로 운반되었다. 행사의 성격은 영적인(Spiritual)행사로 규정되어 국내외로부터 많은 영적 지도자들이 이 행사에 동참하였는데 이 중에는 일본의 니치다츠 후지이(Nichidatsu Fujii) 스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7월 15일 걷기운동 참가자들이 5,100km의 거리를 걸어와서 워싱턴에 도착했다. 인디언 원로 지도자들은 참가자들을 워싱턴 모뉴멘트(Washington Monument)로 인도하여 그곳에서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다음 주에는 여러 곳에서 집회를 열고 현안 문제에 관하여 연설했다. 그들은 11 개 법안의 부당성, 인디언 정치범 석방, 나바호의 빅 마운틴 강제이주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들의 집회에 아카데미상 수상을 거부했던 마론 브란도,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참석했다. 이 행사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인디언과의 조약을 파기하기 위한 법률안은 부결되었고, 인디언 종교자유법(American Indian Religious Freedom Act)이 제정되어 종교의식 중 피요테(Peyote) 사용이 허용되게 되었다. 카터 대통령은 이 행사 대표들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AIM은 Longest Walk(걷기 운동)가 개최된 지 30주년이 되는 2008년에 Longest 2를 주최했다. 이번에는 기존의 북쪽코스에다 남쪽코스를 추가해서 전체 거리는 13,200km로 늘어났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Maori)족도 참가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인디언 성소의 보전, 부족주권, 그리고 환경보호를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 등이었다. 남쪽코스에서는 행진 도중에 대형봉투 8,000개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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