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63회
보스톤코리아  2016-09-26, 12:20:29 
갈까 말까 망설이다 며칠 전 그림을 하는 동생과 연락을 하고 함께 가보자고 약속을 했다. 현대 음악과 어우러진 한국 소월의 시를 번역하여 시노래를 엮는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보스턴 시내의 캠브리지에 자리한 아담하고 조용한 음악 대학(Longy School of Music)의 홀이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아는 지인을 몇 만날 수 있었다. 학교에 도착해 시간이 조금 남은 듯싶어 살짝 계단을 오르내리며 위층 아래층 강의실을 구경하게 되었다. 작업실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연습생들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워드송(WordSong)은 2008년에 하워드 프레이진과 톰 슈나우버가 시작했다. 보스톤에 활동 기반을 두고 있고, 하나의 가사를 놓고 여러 사람이 곡을 만들어 발표하는 새로운 콘서트 포맷을 제시했다.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청중이 직접 의사 소통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있다. 작은 규모의 살롱 연주부터 대중을 위한 교육 포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활동해 왔다. 보스톤 작곡가들의 모임인 워드송(WordSong)과 보스턴 한미예술협회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이번 음악회에는 작곡가 하워드 프레이진(Howard Frazin), 톰 슈나우버(Tom Schnauber), 김빛나(Binna Kim) 그리고 애덤 사이먼(Adam Simon) 씨가 참여했다."

        새벽
                        김 소월

낙엽이 발이 숨는 못물 가에
우뚝우뚝한 나무 그림자
물빛 조차 어섬푸러이 떠오르는데,
나 혼자 섰노라

아직도 아직도
동녘 하늘은 어두운가
천인에도 사랑 눈물 구름 되어
외로운 꿈의 베개 흐렸는가

나의 님이여 그러나 그러나
고이도 붉으스레 물질러와라
하늘 밝고 저녁에 섰는 구름
번달은 중천에 지새일 때

한국의 시가 번역되어 시노래로 엮어진다는 것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가슴 설레고 심장 뛰는 일이다. 참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청중이 직접 의사소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픽맨 홀(Pickman Hall)에 한국인 약 사십여 명과 미국인 십여 명의 청중이 모인 조촐한 시노래의 연주회었다. 이렇게 작고한 시인 소월의 혼(魂) 어린 100년 세월의 여명이 <새벽>을 통해 열리고 있었다. 그것도 내 나라 조국이 아닌 타국의 낯선 무대에서 시노래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벅차오르는 감격의 순간, 감동의 찰나였다.

      Dawn
                 Kim Sowohl/ Hanines

At the pond's edge
where I stand alone,
fallen leves hide my feet,
and shadows of towering trees
rise faintly in the water's reflection.

Why, why is the eastern sky so dark, still so dark?
Did a sky-man's love-tears
become a cloud,
drifting over the pillow of a lonely dream?

And yet, and yet, my love,
where last night's cloud still stands
a gentle blush spreads
and the half-moon languishes mid-sky---

영어로 번역된 소월의 시 <새벽>에 곡을 붙여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린다 오즈본(Linda Osborn)과 그 곡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바리톤 데이비드 크라비츠(David Kravitz)의 노래는 듣는 내내 감동의 연속이었다. 더욱이 연주에 맞춰 소월의 <새벽>의 시를 그대로 노래로 옮겨 들려주는 시노래는 참으로 감격스러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워드송(WordSong)이 끝나고 번역된 시 그리고 시와 음악에 대해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청중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은 더욱이 가슴 뿌듯한 시간이 되었다. 이번 김소월의 <새벽> 시노래를 위한 시의 번역을 맡아주신 남세교(Hanines) 선생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이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수고해주신 보스톤 한미예술협회의 김유경 선생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도 가시지 않은 보스톤에서 만난 소월의 '시 노래' <새벽>의 여운으로 오늘을 맞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신영의 세상 스케치 565회 2016.10.10
무릎 꿇은 나무
신영의 세상 스케치 564회 2016.10.03
미국대선 후보 두 사람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신영의 세상 스케치 563회 2016.09.26
보스톤에서 만난 소월의 '시노래' 의 여운으로...
신영의 세상 스케치 562회 2016.09.19
분노(anger)의 물꼬트기...
신영의 세상 스케치 561회 2016.09.12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