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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562회
보스톤코리아  2016-09-19, 12:20:58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편안하고 쉬운 일이지만, 그러나 그 자연스러운 것을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세상을 살면 살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이것은 아닐까? 내 속의 '화(분노)'를 잘 다스리는 일 말이다. 그 어떤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에서는 서로 기본예의를 지키느라 별 탈이 없지만, 서로의 관계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편안함과 함께 기대한 만큼에 대한 서운함도 생기게 되는 것이 삶인가 싶다. 이렇듯 가까운 관계일수록 편안하다는 이유 하나로 상대방을 쉬이 생각하고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옛 어른들의 말씀 중에 수심가측(水深可測)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참으로 귀한 말씀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 25년을 살아도 내가 다 알지 못하는 남편의 속과 남편이 다 알지 못하는 아내인 내 속이 존재하지 않던가. 그렇다, 그것은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없고 그 사람이 내가 될 수 없는 서로 각기 다른 존귀한 존재인 까닭이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는 옳은데 너는 내 옳음을 몰라준다는 데 있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니 속이 답답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도 남도 아닌 제일 가까운 사이에 있는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부부싸움은 어느 가정이나 큰일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 불씨가 되어 나중에는 끄기 힘든 큰불이 되기도 한다. 무작정 싸우지 않고 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부부간에 잦은 싸움은 서로에게 아픈 상처를 주고 자녀들의 성장에 불안감을 주고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부모의 말다툼이나 싸움이 어떤 이유로 시작되고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잘잘못은 가리지 않고 무조건 아이들 앞이라고 쉬쉬거리며 참는 것이 제대로 된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 가운데서 생각해 보면 분노(anger)는 보통 약자에게서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자기의 속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입장에서 있을 때 더욱 쌓이는 것이다. 어느 장소나 관계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어놓고 싶은데 그것이 어떤 결과로도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되거나 그런 결과가 반복되었을 때 분노는 쌓이게 된다. 자신을 마음을 어떤 자리에서도 표현하며 살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든 자신의 속 마음을 다 표현하지 않고 안으로 삭이고 참고 견디며 사는 이들도 아직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의 친구들은 자기표현이 확실해 좋다.

화내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화를 참는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보편적이라는 말을 적용하면 어울리는 말일까. 시도때도없이 발칵, 버럭 화를 잘 내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하다.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되면 그 곁의 사람들조차 그 사람의 그 화에 시들해지고 나잇값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렇다, 정말 그 화보다 내 마음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나 역시도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그래서 때로는 세상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두려움일 때가 있다. 어른 노릇하기가 어찌 그리 쉽기만 하겠는가. 아랫사람 앞에서 제대로 화를 잘 내야 윗사람 대접받는 세상 아니던가.

화(분노)를 제대로 잘 낼 수 있는 사람이 멋쟁이는 아닐까 싶다. 그것은 그만큼 보통 사람은 때와 장소에 따라 화를 제대로 못 내고 살기 때문이다. 소소한 개인적인 이기적인 마음으로 화를 내는 것은 때로는 참으로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이 아닌 그리고 그 어떤 공적인 자리에서 제대로 된 화(분노)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설령, 그 분노로 자신 개인에게는 손해가 올지라도 말이다. 이렇듯 정의로운 분노(Righteous anger), 그 의로운 화는 사람을 살리고 사회를 살리고 우리 모두를 살리는 불씨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때로 어떤 일에 대한 제대로 된 화나 분노가 아닌 개인적인 감정이입으로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부부가 되었든 가족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간에 감정으로 시작된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로에게 아픈 상처만 남기고 서로를 갉아먹는 아니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일 뿐이다. 제대로 된 분노(anger)는 서로를 살리는 에너지로 쓰일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개인적인 사소한 감정으로 혼자 고민하지 말고 자신의 속에 있는 생각을 상대방에게 기분 좋게 털어놓는 것이다. 싸움을 위한 분노가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을 내어놓는다면 저절로 흘러간다. 트인 물꼬를 따라.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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