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

올해들어, 한국을 떠나온지 꼭 50년만에 모교를 방문하여 약 2개월간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신설한지 10년이 되는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해 달라는 서울대 발전기금 본부의 부탁도 있었고 또, 내 남편의 장서를 중앙 도서실에 기증하는 것을 계기로하여 모교에서 의약학 역사 특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모교는 지난 50년동안 실로 괄목할 발전을 가져왔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던 1960년도에는 유화수소 냄새가 나는 정성분석 실험은 군용으로 지어진 막사에서 했는데 이곳은 오후 5시가 지나면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만일 학생들이 그 시간까지 실험을 끝내지 못하면 알코올 램프를 켜고 시약을 찾으러 다녀야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후배들이 최신식의 건물에서 실험을 하고 또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지난해에 지어진 신약개발 센터는 미국의 어느 강의실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최신식 장비를 갖춘 훌륭한 건물이었다.

뿐만이 아니라 서울대에는 약 800,000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중앙도서실, 그리고 핵 폭탄으로도 파괴할 수 없게 지어졌다는 우리 역사의 고서를 지니고 있는 규장각이며 곳곳에 숨어있는 최신식의 아름다운 건물들은 아라비아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들어준 한국인의 막강한 건축능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교정은 미국이나 유럽의 고색이 창연한 전통적인 대학들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현대식으로 지어진 MIT나 미국의 어느 주립대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관악 캠퍼스가 산악지대에 위치하여서 넓고 평평한 교정을 가질수 없는것이 유감이었지만, 그대신 넓은 잔디밭과 연못 그리고 잘 배치된 식수들의 풍경 등이 이런 약점을 상쇄하였다고 본다. 포스코에 자리잡은 운동 시설도 미국의 어느 헬스클럽에 뒤지지 않았다. 4월에는 때마침 곳곳에 피어나는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라일락등이 교정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단돈 1,000원이면 먹을수 있는 중식과 석식까지도 제공하는 학생들의 구내식당 그리고 각곳에 산재해 있는 갖가지 식당들과 카페와 서점등을 볼 때 어떤 면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도 누릴 수 없는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국 경제의 특이한 실정으로 인하여 음식 문화가 최고도로 발전되어 있으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한 것도 잘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좋은 점을 무마시키고도 남을 나쁜점은 미비한 오수처리에 의하여 풍기는 악취였다. 사실 이 악취는 너무도 강도가 높아서 관악 캠퍼스에 퍼져있는 그윽한 라일락 향기나 은은한 진달래의 향기를 맡을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캠퍼스를 산책하는 것 조차도 고역이었다. 이런 경험은 마치 누가 나를 환기가 되지 않는 화장실에 가두어 놓고 질식시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느 관계 당국자의 말에 의하면 이런 결점을 시정하자고 누차 건의하였으나, "무슨 쓸데없는 말을 하느냐"고 하면서 현지인들은 아무 문제가 없고 또 보이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쓸데없이 비용을 낭비할수 없다고 일축하였다 한다. 아마도 현지인들은 이런 악취에 마비가 되어서 더 이상 불쾌하다고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서울을 떠나온지 10일이 되었어도 내 코에서 이 냄새를 제거하지 못하는 것을 보아 장기간 이런 악취에 노출된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후각이 마비가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악취 현상은 비단 관악 캠퍼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의 어느곳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문제였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잘 산다고 하는 강남의 서초구에서도, 또 구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종로구에서도 느낄수 있는 문제였으나 관악 캠퍼스가 훨씬 열악하였다. 원래 서울대가 자리잡고 있는 봉천동은 주민들이 가난한 곳이어서 담당구역의 예산 부족으로 인하여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인지 아니면 약 30,000명의 교수와 학생들이 군집해 있고 그 안에 연구시설도 같이 보유하고 있는 실정인지 그 연유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환경을 두고 세계의 석학들을 불러다 놓고 어떻게 하면 우리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수 있을가를 운운한다는 것은 상당히 가소로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쓰레기 통에서는 장미가 필 수 없다"는 유럽인들의 조롱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현지인들이 느끼지 못하고 또 우리 육안에 보이지 않는다하여 이런 중대한 문제를 무시한다는 것은 마치 질병이 창궐하기를 기대하고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된다. 서울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이런 오수관이 너무도 표면에 가까이 있어서 홍수가 나던 어느 한 해에는 오수관 뚜껑이 열리고 대소변이 길가에 노출된 일도 있었다한다. 사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우리가 50여년전에 연건동에서도 경험하지 못하였던 심각한 문제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20개에 들어가는 OECD 강국의 하나라고 자랑할 수 있는가. 인기 높은 한류와 한국의 드라마등을 통하여 전 세계에 그 명성을 자랑하고, 그외에도 고도로 발달된 성형 수술과 재빠른 인터넷을 통하여 한국은 정보산업의 첨단을 걷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 한국에 오면 서울 도시 전체가 크나큰 화장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인데, 그러고도 우리의 문화를 보라고 세계인들을 불러다 놓고 자랑할 수 있는가. 이러한 실정을 보며, 일본인들이, "죠센진들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그것보라" 고 조롱하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내귀에 들리는듯하다. 아! 우리 조국은 언제 나 참으로 자랑스러운 내 나라가 될가?

이런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택시 기사의 말에 의하면, 서울을 방문하는 미군들이, 그들의 코가 이런 악취에 절여져 간다고 불평한다고 한다. 사실상, 우리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중국인들은 이런 문제에 개의치 않고 한국을 방문하더라고, 일본 사람들마저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고 한다. 이런 점은 확실히 관광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참한 실정을 무시하고 결점을 시정하려 하지 않는 당국의 처사가 야속하다. 나는 미국에 거주하니까, 싫으면 한국에 안가도 되지만, 이런 환경속에서 살아 가야하는 서울 시민이 측은하게 여겨진다.

담배연기에는 약 80여종의 발암물질이 있다고 하는데, 오수에서 오는 이런 악취에 병균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모기가 전염시키는 학질은 원래 말라리아라 하여 나쁜 공기라는 뜻이다. 이런 나쁜 공기에서 전염되는 병은 학질과 황열병, 그리고 지카 바이러스로 생기는 소두뇌병(Microcephaly)등 노출된 몇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소규모의 질환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소변이 상수에 오염되면 콜레라나 장 티푸스등이 대대적인 전염병을 유발하게된다.

한 사람의 피해자도 내지 않은 광우병 문제를 두고, 온 국민이 촛불 집회를 하며 수입산 소고기에 대하여 열렬히 반대 운동을 전개 하였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하여 약 300명의 불상사를 냈다고 온 국민이 애도하였고 이로 인하여 한국 공중 안전의 약점을 세계에 노출하게된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오늘 당면하고 있는 악취의 문제는 이와는 비교도 할 수없이 대규모의 문제이다. 남한 사람들은, 이런 악취 문제 뿐이 아니라도 이미 중국에서 오는 황사와 중금속이 포함된 미세먼지의 악영향으로 안질과 호흡기 질환등의 여러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 미세 먼지가 신생아에게 소두뇌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로마인들은 이미 2000년전에 수송관을 지어서 공중 화장실을 제공하였고, 이런 흔적은 오늘날도 우리가 잘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한국은 21세기의 야만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세계에 자랑을 해가면서. 한국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며, 이런 악취문제 따위는 추후에 다루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한은 세월호 참사때 노출되었던 국가의 망신에 비교도 안될 큰 수치를 겪게 될 것이다.

오세경 박사

보스톤 의과대학 전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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