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17. 토지할당을 통한 동화정책 (2)
보스톤코리아  2016-08-15, 11:34:47 
도스법(토지할당법) (계속)
인디언들이 도스법의 숨겨진 의도를 모를 리 없었지만, 모든 걸 다 잃어버리고 오로지 백인들의 자비에만 의존하고 있는 처지에 더 이상 미국 정부에 저항한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인디언 테리토리에 있는 머스코기 크리크 네이션(Muscogee Creek Nation)의 하르조 추장(Chitto Harjo, Crazy Snake 라고도 부름)은 도스법 도입에 끝까지 저항했다. 하르조는 일찍이 동부에서 강제로 오클라호마로 이주해온 4 개 부족들 간의 연대세력을 구축하기 위하여 Four Mothers Society를 결성하여 부족의 권익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해 오던 터에 도스법이 자기네 부족에까지 적용되어 부족의 자치권을 주 정부가 뺏어갈 움직임이 나타나자 동조세력과 함께 무력 충돌을 일으켰다. 

1900년에 그는 토지할당 정책을 수용한 크리크 자치정부를 부족 헌법 위반으로 부정하고 새롭게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스스로 추장이 되었으나 미국정부는 하르조의 부족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르조의 동조세력은 부족 내 질서유지를 위하여 등대(Lighthouse)라고 불리는 자치 경찰을 구성하고 토지할당을 신청한 부족민에 대하여 체형을 가했다. 제8기병대가 도스법 반대 세력을 축출하기 위하여  크리크 네이션에 진입하여 하르조 추종자 몇 사람을 체포하였다. 

1909년 3월 27일 일단의 백인 패거리(posse)들이 하르조를 체포하러 하르조의 집으로 왔다. 패거리들이 접근하는 것을 발견한 하르조의 경호원이 먼저 발포하여 백인 두 명을 살해했다. 곧이어 쌍방 간에 교전이 벌어져 하르조도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하르조 무리들은 어둠을 이용하여 무사히 현장을 빠져나와 도망쳤다. 그 뒤에도 하르조는 결코 체포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인디언과의 마지막 무력 충돌로 기록되었다.

1926년 워크(Hubert Work) 내무부 장관은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s)앞으로 인디언 정책의 집행과정과 인디언의 생활실태에 관한 조사 연구를 의뢰했다. 1928년에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었는데 동 보고서는 연구 책임자의 이름(Lewis Meriam)을 따서 흔히 ‘메리엠 보고서’로 불린다. 이 보고서는 특별히 토지할당정책이 불법적으로 인디언의 땅을 가로채는 데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회에서 격렬한 논쟁을 그친 끝에 1934년 인디언재조직법(Indian Reorganization Act)이 제정되면서 도스법의 생명은 끝났다.

데보(Angie Debo)는 1940년에 발간된 그의 역사적인 명저 ‘And Still the Waters Run: The Betrayal of the Five Civilized Tribes’에서 5개 문명화된 인디언부족의 땅과 자원을 뺏어간 과정을 체계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하였다. 

메리엠보고서(Meriem Report)
연구책임자 메리엠(Lewis Meriam)의 이름을 딴 이른바 메리엠 보고서가 1928년 2월 21일 위크 내무부장관 앞으로 제출되었다. 보고서의 공식명칭은 ‘인디언 관리상의 문제점(The Problem of Indian Administration)’이었다. 메리엠을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 연구팀은 인디언의 건강, 경제, 교육 등 인디언의 생활실태를 심층 분석하여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였다. 동 보고서는 특별히 도스법은 인디언의 궁핍을 가속화시켰으며 인디언 문화를 완전히 도외시한 기숙학교 제도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메리엠 연구팀은 인디언 인구 1000명 이상을 가지고 있는 23개의 주를 직접 방문하여 조사했다. 인디언 인구가 가장 많은 나바호족이 거주하는 애리조나, 수우 족이 살고 있는 사우스다코타, 그리고 눈물의 이주길을 따라 쫓겨 갔던 문명화된 5개 인디언 부족이 거주하는 오클라호마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팀은 95개의 인디언 보호구역, 연방정부주재소(agency), 병원, 학교들을 실사하여 총 847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보고서를 완성하였다. 보고서는 비교적 간결하였으며 중립성 원칙 하에서 작성되었다.

동 보고서는 인디언들의 평균수명은 매우 짧고 영아사망률은 매우 높은데 이는 인디언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핵, 드라코마 등 전염병이 만연하고 있으며,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의료진이 인디언의 말을 몰라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분석 팀은 인디언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은 식량공급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인디언 가정의 경제사정은 지극히 나빴는데 이는 도스법에 의한  잘못된 토지할당 정책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인디언들이 할당받은 땅은 대체로 가족이 경작하기에는 부적합하여, 매우 숙련된 백인 농민이라면 겨우 생계를 유지할까 말까 하는 수준이라고 털어 놓았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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