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한 여름밤의 개꿈
보스톤코리아  2016-05-23, 12:15:45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탕 봄꿈이란 직역이다. 부귀나 영화도 모두 덧없다는 의역이다. 장자莊子에나 어울릴만 하지 싶다.  봄이 당기는 낮잠도 나른하다.  당신은 이봄 무슨 꿈을 꾸시는가?  그런데, 나른한 봄꿈을 꾸기전에 이미 여름이 닥친듯 싶다. 날이 여름마냥  더우니 말이다. 

  전직 한국 대통령은 꿈을 꾸지 않는다 했다. 깊은 잠을 자기 때문이라는 거다. 대단한 분이다. 그가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강연하게 됐단다. 어린이 하나가 물었다. “어려서 꿈이 무엇이었나요” 대통령의 대답에 모두 넘어졌다. “깊은 잠을 자기 때문에, 꿈이 없다.”  

  내 꿈은 무엇이었던가?
나대로 살고싶다 
나대로 살고싶다 
어린 시절 그것은 꿈이었는데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이 드니 그것은 절망이로구나 
(김승희, 꿈과 상처)

  나만 그런 줄 알았다. 중년에게 악몽이 자주 있는 모양이다. 한국군대를 제대하고도 한 십여년을 이따금 악몽에 시달렸다.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인게다. 미국에 와서 공부를 마칠 즈음이었다. 한창 논문준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날 밤 꿈을 잊을 수 없다. 선임하사가 찾아 왔다. 푸른 군복에 그 복색 그대로였다.  문앞에서 서서 그가 말을 꺼냈다.

“교련혜택이 취소됐다.” “혜택받은 몇개월을 채워야 한다.” “지금 당장 돌아가자.” 꿈속에서도 황당했다. 혹시나 했는데, 꿈속에선 현실이 되어 돌아 온거다. 내가  통사정했다. “논문심사를 끝내고 가면 안되겠느냐.” “결혼해 아이까지 있다.” “어떻게 지금 당장 돌아갈 수있느냐” “그렇지 않아도, 몇개월 혜택 찜찜했다” 하소연과 변명, 통사정을 늘어놨다. 그의 대답이 단호했다. “안된다. 지금 당장가야 한다.” 그날 밤 개꿈은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였다. 집앞 나무가 한창 푸르른 날이었다. 

  수십년전에 꿨던 꿈이 아직도 선명하다. 꿈에서도 궁금한게 있었다. 내 미국 주소를 어떻게 알았을까. 한국에서 미국 촌까지 여행이 쉽지 않았을 텐데. 몇개월 채우고 나오는건 그닥 어렵지 않다. 그런데 뭣하러 선임하사를  일부러 보냈을까.  국법이 엄중하기는 대단히 엄한가 보다. 한국군대 대단하다. 

  사족이다. 제대하고 한달이나 지났을까. 장마가 시작됐다. 비가 내리는 밤이 잦았다. 빗소리 들리면,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어났다. 군대 시절,  한 여름밤이면 빗줄기속에 강물에 몸을 담가야했다. 배를 인양하는 작전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밤이면 빗방울은 굵고 차가웠다. 제대 한 후에도, 비오는 밤이면 꿈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혼몽한 상태로 견딜수 없었던 거다. 그 해 장마는 길었고 지루했다. 

서로 이르되 꿈 꾸는 자가 오는도다 (창세기 37:1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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