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신발에 발을 맞추다
보스톤코리아  2016-05-09, 11:38:08 
 오월은 어린이 달이다. 한국에선 어린이날이 있다. 동요 오빠생각이다. 비단구두가 어린이날 선물치고는 곱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최순애 작사 박태준 곡)

  한족漢族의 풍습이던가. 명明나라의 풍습이라 던가. 전족纏足 이란게 있다. 발을 억지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이란다. 아주 고약한 풍습이다. 어릴적에 중국집 부인네들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이따금 봤다. 검은 중국옷은 때국물이 번지르르 했는데, 육중한 몸매는 참 딱해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 이야기 이다. 학교 규정엔 검은색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헌데, 이 친구 발이 너무 컸다. 당연한 것 처럼 발에 맞는 검은색 운동화를 구할 수 없었다. 미국이라면야, 발이 큰이들이 많을 테니 걱정이 덜했을 수도 있다. 궁지에 몰린 친구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튀어 나왔다. 체육기구를 파는 가게로 갔다. 가게에는 문수가 큰 신발들이 이따금 있었다. 운동선수들은 발이 크니 말이다. 수입품은 아닐텐데, 미군부대 피엑스에서 나온걸 께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절망했다. 운동구점에도 발에 맞는 검은색 운동화는 없었다. 모두 흰색 농구화밖에는 없었으니 난감함이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흰색 농구화를 사서 신고 등교했다. 교문에서 훈육주임 선생님께 걸렸다. 검은색교복에 흰색 운동화는 날 잡아 주십시오 라는 말과 같다. 당연히 엎드려 뻗쳐야만 했다. 그날 오후다. 잔머리를 굴렸다. 고육지책苦肉之策이란 거다. 흰색 운동화에 검은색 매직펜 칠을 하는 작업이었다. 흰색을 검게 하려했던 거다. 엎드려 뻗쳐 기합을 다시는 받지 않겠다는 몸부림이었다. 작업은 교실 뒤켠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건 내가 겪었다. 그 옛날 한국 신병훈련소이다. 군복이며 군화를 지급받았다. 군화가 너무 작아서 발에 맞지 않았다. 신발이 크다면 그저 끌고 다닐 수는 있다. 그러나 작은 군화는 접어서도 신을 수 없다. 경황 중에 내가 물었다. 혹시 발에 맞는 걸로 바꿔 주십사 했던 거다. 험상궂은 대답이 돌아왔다. ‘발을 군화에 맞춰라.’ 전족纏足을 만들라는 소리다. 나중에 알았는데, 맞지 않는 군화는 동료들과 바꿔 신는 거다. 다행히 신발에 맞추기 위해 내 발을 줄이지는 않았다. 세상은 궁하면 통하는 가?

  세상일에 내가 맞춰야 한다. 흰색 운동화지만 검은색 구두약이라도 발라야 한다. 세상은 검은색 운동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오빠가 사온 비단구두는 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가 그걸 말했다. 대통령이 맞춰야 하는 모양이다. 대통령은 몇문 신발을 신는가? 그건 국가 비밀인가?

 나는 굽혀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마가 1: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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