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33회
보스톤코리아  2016-02-13, 13:20:58 
무엇보다도 아줌마들의 수다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드라마 얘기이다. 이런 척 저런 척 제아무리 척을 해도 상대방의 얘기를 알아들 수 있어야 대화가 통하지 않겠는가. 한국방송의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동네 친구들과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샌가 드라마 얘기로 흐른다. 그것이 그럴 것이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조금은 허전하고 심심할 때의 나이가 지금의 오십 초중반의 나이인 까닭이다. 남편의 내조와 자식 뒷바라지 그리고 직장의 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철인으로 자신을 돌아볼 틈 없이 가족을 위해 살아온 중년의 여성 자랑스러운 이름이여!

여하튼, 갱년기의 시작과 폐경이 맞물린 시점이랄까. 그래서 나는 누구일까 하고 깊은 생각과 마주하는 시간이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과 당황감에 방황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도대체 난 지금까지 나를 위해 무엇을 하며 살았고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작 누군가 무엇을 제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 물음의 대답이 궁색해지는 그 쓸쓸함이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구차하게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그 아픈 마음 생채기로 남은 속마음을 얘기는커녕 들킬까 싶어 숨어들고 주눅이 드는 것은 가족의 탓이 아닌 나로 제대로 살지 못했던 내 탓인 것이다.

삶이라는 것이 이곳저곳 여기저기 특별히 다른 것이 뭐 있을까마는 그래도 가족들을 한국에 두고 타국 멀리 떠나온 이들은 남다른 가슴 한 켠에 그리움을 담고 산다. 가족 모두 이민을 온 이들이라면 다행이지만, 특별히 남편따라 이민을 오게 되었거나 중매결혼으로 미국에 왔거나 유학을 왔다가 미국에서 결혼한 경우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니 그 누를 탓하고 원망할까 마는 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씻을 수 없는 지병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식들이 하나둘 커 가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길 때쯤이면 갱년기라고 폐경이라고 하며 원하지 않던 불청객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렇듯 불청객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거부하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어떻게 편안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찌 됐든 남이 해보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해봐야 삶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마저 해보지 않고 나이 들어간다면 그것 또한 서운한 일일 테니 말이다. 그래, 나이 들어가서 좋은 것도 하나둘 늘어 가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가장 큰 관건이다. 그렇다면 남의 일이 아닌 제 일이니 서운할 것도 섭섭할 것도 속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엊그제는 한국드라마 중 어느 것을 하나 골라 볼까 싶어 찾고 있는 중 '마담 앙트완'이란 드라마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리고 그 드라마 역을 맡은 주인공들의 얼굴과 이름을 보니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 그럼 한 번 봐볼까. 드라마 시작과 함께 몇 회를 시청해보니 심리로맨틱코미디로 중년에 오른 내 나이에 속을 확 풀어주는 데는 최고의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마담 앙트완'에서 고혜림 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예슬이 사랑의 판타지를 믿는 가짜 점쟁이로 분한 것이다. 사랑에 빠져 얽히고설킨 여자들의 웃고 우는 심리를 실감나게 그려낸 드라마이다.

드라마보다는 다큐와 시사 프로그램을 더욱 좋아하지만, 요즘은 건강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을 더러 찾아보고 있다. 그런데 가끔 아줌마들의 수다에 낄 수 있으려면 드라마 하나 정도는 봐두는 것이 문화생활의 기본이라는 얘기다. 서로 그 어떤 모임에서든지 대화 중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누구와 만나 얘기를 나누느냐에 따라 대화의 주제거리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에 맞는 대화가 곧 관계의 폭과 깊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고 에티켓이 아닐까 싶다.

편견은 가끔 사람을 위에도 올려놓기도 하고 아래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편견의 잣대를 든 자신은 그 경계에서 왕따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여기저기도 끼지 못하는 아니 끼워주지 않는 외톨이 왕따 말이다. 나이가 어려서는 섣부른 욕심에 편견도 하나의 필수가치품처럼 지닐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 나이 오십 줄에 들면서 그런 것들은 하나의 쓸데없는 사치품이며 거추장스러운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나이 오십에 들며 갱년기를 맞고 폐경이 찾아와도 서럽지만은 않은 것은 이렇듯 버릴 것이 있어 가볍고 나눌 것이 늘어 넉넉해지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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