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명함名銜
보스톤코리아  2015-09-28, 13:55:34 
  심상心象이 관상觀象이라 했다. 마음씀씀이는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일게다. 오죽하면 얼굴에 책임지라 했을까. 그렇다고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건 아니다. 나도 사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났고, 어설프게 나마 얼굴을 읽는 눈이 생겼지 싶다. 그렇다고 관상보는 점쟁이는 아니다. 그런데, 내가 보는 눈이 항상 틀리는 건 문제다. 

  선친의 명함은 폼났다. 그리고 간단했다. 한자漢字가 세로로 쓰여져 있었는데, ‘교장校長, 김누구누구’ 함자만 적혀 있었다. 당연히 이-메일 주소도 없다. 전화번호와 주소는 있었던가. 그건 기억이 가물거린다. 선친이 명함을 건네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중학교 때인가,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자리였을 게다. 선친이 명함을 건네며 하시는 말씀이 멋있었다. ‘부끄럽습니다.’ 대단한 인사말이 아니던가. 부끄러운건 아닐테지만, 그렇다고 자랑도 아니라는 말씀일게다. 나도 한동안 한국의 높은 양반들을 만날적에 이 말을 써 먹은적이 몇번인가 있다. 맹숭맹숭하게 명함만 건네기 뭣해서 말을 붙였다. ‘밥 한번 먹읍시다’ 라고 말하기도 저어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명함을 교환해야 할때가 있다. 아직 아날로그 시대에 사는 건 아닐텐데, 그래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처음 인사나누는데, 전화번호만 마냥 적어달라고 하기에도 뭣하다. 그러니 명함이 필요한게다. 처음 직장을 얻고, 명함을 받았다. 아직 졸병이었으니 쓸 일도 많지 않았다. 뭉텅이로 남아있길래, 어딘가에 쳐박아 두었다. 받은 명함까지 쳐박아 둔 건 아니다. 한동안 곱게 정리해두기는 했다. 지금 일터에서도 명함은 있다. 허명虛名인줄 안다만, 먹고 살기위해 들고 다녀야 할때도 있다는 거다.

  때때로 만나는 사람들 이름이 가물거릴적이 있다. 어디서 만났더라? 그렇다고 붙들어 세우고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던 가요? 물어 보기도 쑥스럽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묻기에도 뭣한 것 처럼 말이다. 가장 황당한 건 아는 분을 화장실에서 마주 칠때다. 묻는 인사말이 막연하다. ‘시원 하시던 가요?’ ‘개운 하시겠어요?’ 시 한편이다. 

오다가다 /마주치면 
늘 반가운 얼굴인데 
어쩌니? 
부끄럽게도 /부끄럽게도 
너의 이름도 몰라 
그래도 자꾸만 /뒤돌아보이고 
어느새 가슴에 /들어와 앉은 꽃. 
(김재수• 풀꽃)

  명함엔 이름이 적혀 있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도 같이 있기는 하다. 주소지와 회사이름은 뒷전이다. 한국에선 여전히 그게 유효한 모양이다. 명함을 건네는 법도도 따로 있기는 하다. 아랫사람이 먼저 주는 거라던가. 공손히 오른손으로 건네고, 왼손으로 받는 다던가. 받았으면, 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속으로 이름을 외워 보는 거다. 그렇게 배웠다. 참, 대통령도 명함이 있을 것인가? 그건 모르겠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회장님들도 명함이 있기는 있을 게다.

  전직 국무총리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 해서 징역형을 받았단다. 영의정의 자리일텐데, 돈의 일부는 여동생 전세금으로 썼다고도 했다. 게다가 일이 터지니 돈을 돌려주기도 했다는데. 그간 쌓았던 그의 명성이 검게 변해 버렸다. 그이도 명함을 들고 다녔을까? 이젠 어디에고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다.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으니’ (빌립보 2: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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