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우리 아이가?' - 김정윤 가족의 치유를 기원하며 -
보스톤코리아  2015-06-22, 11:42:27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의 동시 거짓 입학을 지인과 친구들에게 잘못 과시하다 언론인이 개입하면서 더욱 큰 사기극의 물의를 일으킨 '천재소녀' 김정윤 양의 이야기로 보스톤이 잠시 후끈했었다. 전문가의 입장에선 그녀가 했던 행동은 반복되었던 '공상 허언증(Psedologia Fantasia)'과 '회상형 기억조작(Retrospective Falsification)'의 장애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증상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고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어른의 입장에선, 아직 김양이 18살 밖에 안된 소녀이고, 김정윤 아버지도 앞으로 김양과 가족의 치료에 전력을 다해 살아가겠다는 말을 했음으로 단정적인 진단을 보류하고 싶다. 김양을 나무라기 전, 우리 어른들은 김양이 '건강한 어른'으로 일어날 수 있게 인내와 애정으로 감싸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설마 우리 아이가? 하고 철썩같이 믿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고 애통해하시는 부모님들이 있다. 대부분 케이스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나친 교육열에 있었다. 애슐리는 단 한 번도 속을 썩인적도 없었고 음악, 미술, 공부 등 모든 것에 일등을 휩쓸던 딸이었다. 대학을 마치고 그 힘든 의대에 합격을 했고, 의대 인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지고 말았다. 언제나 충족한 만족과 삶의 기쁨을 주던 그 딸이 도박에 중독이 되어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한 도박장으로부터 딸이 빚을 내지 못해 볼모로 잡혀있다고 전화가 왔다. 그녀의 도박 중독이 발견되면서, 굳게 믿었던 딸이 몇 년 동안 자신의 스트레스를 도박으로 풀었음을 발견하였고 부모에 대한 반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빌은 대학에서 대마초에 중독이 되어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마초 딜러가 되었다. 대마초 딜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쉽게 버는 돈의 유혹과 점점 빠져들어 가는 중독을 떨치기 힘들었다. 결국 경찰에 잡히고 말았다. 청천벽력의 부모는 보석금 만 불을 주고 데리고 나와, 변호사 비용으로 수천 달러를 쓰면서, 형을 받지 않고 몇 년의 집행 유예를 받게 했다. 테라피 중 아버지는 웨스트 포인트에 가고 싶다는 아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반강제적으로 남들이 좋다는 대학교에 보낸 게 너무나 후회가 된다고 했다.

작년 2월 뉴턴 사우스 고등학교 11 학년을 다니던 로이 그룻맨이 자살을 하면서 충격을 주었다. 로이의 가족은 로이가 3살 때 이스라엘에서 뉴턴으로 이주했다. 부모는 로이는 어린 시절부터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고 했다. 심장 질환이나 알츠하이머에 관심이 많았고, 이미 존스홉킨스에 적을 두고 공부를 했다. 그의 남동생은 이 목표가 로이를 매우 힘들게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은 로이는 항상 배려심이 많고 재미있고 자신만만해서 전혀 그가 심한 스트레스로 불안증에 있는 줄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자살하기 전 날, 뒷마당에서 여동생과 눈 싸움을 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천진하고 행복해보이는 그의 사진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했다. 자살은 우리가 그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더욱 억장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마르티나 도이힐러 교수(한국의 유교화 과정, 1992)는 한국 사회의 유교적 전통은 1990년대 이후 급격히 무너졌고, 앞으로 부계 중심 사회는 존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은 부계 중심 사회에서 부계와 모계를 모두 중시하는 양계(兩系) 사회로 바뀌는 전환기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의 건국 세력인 '신흥 사대부'는 '부계'와 '장자'를 강조하며, 나머지 집단을 지배할 수 있는 이 특권을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게만 허용되었고 세습하게 했다. 

이 엘리트 의식은 조선 왕조가 몰락한 지, 108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형태로 계승되어 갈 뿐이다. 학벌지상주의를 통해 자신들만의 엘리트 의식을 지키면서, 한국은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과 경제적 풍요가 연결되어 있다. 고도의 경제 성장이 일어나는 1990 년대부터 유창한 영어실력이 한국 사회의 '권력'과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 풍조가 더욱 크게 일어났다. 엘리트 그룹에 진입하려면, 어릴 때부터 영어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영어 조기 교육'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반 상류층을 중심으로 조기유학 붐이 일어났고 아내와 자녀를 해외로 보내고 국내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기러기 아빠'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사교육을 잘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버지, 아이를 명문대에 보낼 수 교육 정보를 잘 알고, 잘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어머니의 역할이 행복한 가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한국 사회가 형성한 신종의 '양계 사회'의 한 단면이라 볼수 있다. 신명호(2011)는 그의 논문을 통해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중산층 엘리트 부모일수록 강한 학벌주의 가치관을 가지고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학업 지향적, 경쟁적인 태도를 갖도록 키우면서 공부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도록 교육시킨다고 한다.

대상 관계를 연구한 많은 학자들은 태어나서 3살까지의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는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가에 절대적인 영향이 있다고 한다. 어릴적 어머니와 친밀한 애착형성은 미래의 아이의 생의 정서적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4세 이후, 도덕감과 생의 질서의 토대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역활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아버지의 존재는 어머니와의 밀착한 관계를 벗어나, 아이가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좋은 인격형성을 갖게 도와준다.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고,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되게 도와주는 '부모'의 역할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학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면 아버지의 자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 많은 교육비를 감당하려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아버지의 자리가 비어있기 쉽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아버지와 친하지가 않다. 친한 어머니와 아이들의 관계는 아버지를 더욱 외롭게 한다. 설상가상, 친해져야 할 가족이 가족의 행복의 순위를 자식의 공부 순위라 믿고, 조기 유학의 기러기 가족이 된다면, 아버지의 존재는 비지니스적으로 변할 수 있다. 

김정윤은 사실 특수 과학고를 갈만큼 똑똑한 학생이다. 집안도 남들이 부러워 하는 엘리트 그룹에 있다. 그런데 왜  '공상 허언증' 과 '회상형 기억 조작'이라는 장애를 얻게 되었을까? 공상허언증 환자는 참 자아보다 거짓자아를 자기라고 믿는다. 참 자아가 성숙할수록 자신을 남에게 솔직하게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거짓자아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의 자아이다. 현실보다 자신의 이상의 세계 안에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의 거짓자아의 모습이 있다. 하지만 항상 아이의 좋은 면이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부모 욕구에 맞추어 아이를 억지로 만들려 하다 보면 칭찬보다는 질책이 앞선다. 그 결과 아이는 항상 자신이 부모의 열망에 따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존심은 손상되고 자신이 점점 더 없어진다. 자신의 '참 자아'보다 '거짓자아'를 강요하는 부모의 억압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자기방어를 위해 거짓자아를 진짜 자아로 믿고, 뇌가 스스로 조작을 하는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참 자아'를 갖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자리가 튼튼해져야 한다. 아버지 자신들이 위상이 막강한 부계사회의 완벽한 아버지가 아닌, 양계사회의 다정다감한 아버지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어머니가 억지로 아이를 만들려 할 때, 그것을 막아줄 수 있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강화해야 한다. 김정윤 아버지가  사과문에서 약속한 것처럼 아버지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목소리에 힘을 갖는다면, 김정윤은 건강한 어른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우리 모두 김정윤 가족의 치유를 기원하자.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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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Fruit St. Worcester, MA 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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