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웃기는 짜장
보스톤코리아  2015-03-30, 11:24:19 
  봄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 이른 봄이면, 시어진 김장김치에 어머니가 먼저 질려 하셨다. 겨우내내 김치독만 파셨으니 말이다. 김장김치 군동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때다. 풋달래나물이 쌉싸래 할텐데, 입 안 가득 군침을 모은다. 내 몸이 비타민을 간구하는가?

  먼저 다 먹고, 나무젓가락을 놓은 형이 말했다. ‘짜장면 속에 고기 맛이 이상하다’.  한창 맛있던 내 입안으로 겨자덩이가 밀려 들어오는 듯했다. 젓갈을 쥔 손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짜장면엔 돼지고기가 들어가는데, 그 고기맛이 이상하다고 말했던 거다. 먹던 짜장면에 아쉬움은 그득했는데 , 이미 입맛은 달아 났다. 형이 미워서, 짜장면이 너무 아까워서 울컥 목구멍으로 뭔가 치밀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형이 고기 맛을 알 턱이 없다. 진한 짜장소스에 섞인 고기맛은 그닥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어린 동생을 놀리려 했을 뿐이다. 지켜보던 어머니는 혀만 찼다. 아주 어릴 적, 귀한 음식 짜장면을 먹던 시절 이야기다. 

  짜장면은 철가방으로 배달해야 한다. 시조時調를 발견했다. 너무 절묘하다. 웃기는 짜장들 이란다. 애꿎은 짜장면만 억울하다. 짜장면이 허접한 음식은 커녕,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었다. 그 매력과 중독성이란. 

부드러운 면발은 굳은 지 이미 오래. 
이 굳은 짜장면이 삼선이나 했다니! 
가끔씩 국회의사당에 
출근하는 짜장들 

북경반점 철밥통에 너무 오래 담겨졌나 
한 쪽으로 몰려서 달라붙은 짜장면 
힘없는 나무젓가락만 
툭, 하고 부러진다 
( 박성민, 삼선짜장, 유심, 2014년 8월호, 홍성란의 시평 중에서)

  웃기는 짜장들이 창궐한다. 웃기는 짜장들이 슈퍼갑 행세 하는데, 박멸할 수있는 뚜렷한 방도가 없다. 보스톤 눈사태에 뚜렷한 대책 없는 것 처럼 말이다. 북경반점 짜장면이야,  말하지 않아도 칭찬 받을 만하다. 하지만 웃기는 짜장들에게는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한국에선 무슨 법이 웃기는 짜장들 손을 거쳐 통과됐단다.  웃기는 짜장을 혼내주려는 법이라는데, 그게 그리 쉽게 통과된 거다. 앞뒤가 맞지 않을진대, 헐어내고 고쳐서 웃기는 짜장들 제 입맛에 맞게 만들었다나. 웃기는 짜장들은 제게 손해가 날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통과된 법을 안 보고도 알겠더라. 생색만 내고, 저희들에게는 득이 되는 법인거다. 도랑 치고 가재잡고. 역시 짜장은 삼선짜장이고 웃기는 짜장이다. 덕분에 힘 없는 나무젓가락 민초들만 생고생이다.

  짜장면이 자장면이었던 걸 몰랐다. 그런 짜장면이 제 이름을 되찾았단다. 역시 짜장면은 짜장면이라야만  한다.  웃기는 짜장들이 한 일중 그나마 잘한 일이다.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사도행전 2:4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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