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족과 신라, 가야의 친연성 (7) : 미추왕릉 지구 장식 보검
보스톤코리아  2015-01-12, 12:19:37 
켈트 문양. 장식보검 삼태극 문양.
켈트 문양. 장식보검 삼태극 문양.
1973년 경주 미추왕릉 지구의 계림로 배수로 공사 때 이곳 14호분에서 환두대도와 같은 종래의 신라 보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장식 보검이 출토되었다.

한 눈에 이 칼이 신라에서 만들어진 칼이 아니고 아랍이나 유럽에서 만들어 신라로 들여온  칼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었다.

공사 중에 땅 속에 파묻혀버린 적석 목곽묘가 발견되어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황금 장식 보검은 피장자의 허리와 가슴 부분에 놓여 있었고 두 쌍의 금 귀걸이와 비취옥 2점, 금제 사자머리 형상의 띠고리 2점(버클), 마구와 철제 대검이 장식보검과 함께 출토되었다. 

두 명의 남자 피장자가 묻혀 있었는데 진골 계급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비단조각이 함께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진골 귀족의 무덤으로 파악되었다. 보검의 칼과 칼집은 소멸된 지 오래고 금장식만 남아 있는데 장식의 길이는 36cm, 최대 폭 9.3cm인 단검이었다. 

장식 보검 전체 모습
장식 보검 전체 모습
 칼자루 끝 부분은 골무형으로 되어 있고 가운데에는 스리랑카, 인도에서 생산되는 값비싼 석류석을 박아 치장하였다. 칼집에 해당하는 부분의 납작한 판에는 태극 무늬같은 삼태극 무늬를 넣고 무늬 사이에는 역시 붉은 석류석을 박아 넣었다. 

칼 끝 부위인 아래 쪽은 사다리꼴 모양인데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가장자리는 그리스식 소용돌이 무늬(나선무늬)로 둘러져 있고 가운데는 역시 석류석을 박아 장식하였다. 

보검의 표면에 보이는 무늬들은 그리스식 나선무늬(물결무늬), 파무늬(삼태극무늬), 메달무늬(비잔틴 기법)에 테두리는 누금기법으로 금 알갱이를 장식하였다. 누금기법은 로마, 그리스에서 시작한 장식 기법이다.

세 개의 파무늬(삼태극무늬)는 일반적으로 태극무늬 안에는 다른 무늬를 새겨 넣지 않는데 이 장식 보검 파무늬 안에는 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이 들어있었다. 

태극무늬 안에 꽃봉오리, 나무 잎새, 사람 머리나 동물 머리 형상을 박아 넣는 것은 트라키아에 살고 있던 켈트족들이 즐겨 사용하던 기법이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 트라키아에 살던 켈트족들은 그리스 로마 문화를 받아드려 로마화한 사람들이었다. 

칼 주위를 장식한 그리스식 물결 무늬에, 신라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많은 값비싼 석류석으로 치장하고 켈트족 고유의 삼태극무늬를 감안하면 이 보검은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트라키아 지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확정지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장식 보검이 발견된 곳은 트라키아 지방이 아니고 신라 경주 왕릉지구였다. 

트라키아에서 경주는 8,000km 거리에 있다. 동유럽 트라키아에서 값비싼 보검을 만들어 계림로 14호분 피장자에게 선물했다는 얘기가 된다. 누가? 왜?

트라키아는 지금 불가리아, 루마니아 지역으로 4, 5세기 때는 동서 로마 제국을 굴복시킨 훈족의 왕 아틸라(attila)의 근거지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트라키아 훈족이 신라 왕족에게 선물로 보냈다는 말이 된다. 왜?

 장식보검과 함께 출토된 사자머리 형상의 버클(로마시대때 유행했음)­
장식보검과 함께 출토된 사자머리 형상의 버클(로마시대때 유행했음)­
 학자들은 훈족의 원류를 흉노족에게 두고 있다. BC 3세기 이래로 수백년에 걸쳐 흉노와 중국은 끝을 모르는 전쟁을 계속해 왔다. 

마침내 흉노가 제압당하면서 흉노의 일부가 서쪽으로 이동하여 아랄 해 부근의 훈족의 되었고, 일부는 동쪽으로 이동하여 신라, 가야의 지도계급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멀리 떨어져 있을 망정 예전에 같은 혈족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할 것이다. 

훈족이 유럽을 석권하고 트라키아의 맹주가 되었다면 재능 있는 켈트족을 시켜 값비싼 장식 보검을 만들어 신라에 보낼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국립경주 박물관은 황금 장식 보검에 대해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5세기 중앙 아시아에서 활동한 소그드나 박트리아 에프탈 등의 유럽 민족 집단이 동로마 제국 또는 동유럽의 이민족과 접촉해 이 지역의 장인에게 제작을 의뢰한 장식 보검이 북방 유목민이나 중국 중원을 거쳐 신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신라 고대 유물의 대가 요시미츠 츠네오 교수는 14호 고분에서 장식 보검과 함께 출토된 사자머리 형상의 버클에서 신라와 트라키아 간의 특별한 관계를 지적하고 있었다. 

이 버클은 로마 기법으로 만들어져 있고 4-5세기 경에 그리스 로마에서 유행하던 품목이었는데 값비싼 장식 보검과 함께 중국, 고구려, 백제를 제쳐두고 구태여 신라를 택해 보낸 것은 그만큼 트라키아와 신라가 친연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로마의 유리잔들이 경주 천마총과 황남 대총에서 출토되고 페르시아 사산조의 각배가 중국, 고구려, 백제의 무덤에는 일절 볼 수 없지만 신라 가야의 고분에서 많이 출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14호 고분에서 나온 장식 보검과 유사한 모양의 단검은 카자흐스탄의 보르보예와 이탈리아 랑고 바르드 묘에서 보검의 일부가 출토되었다. 중국 신장성 키질 동굴 벽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허리춤에도 이와 유사한 장식 보검이 묘사되어 있다. 

장식 보검은 전 세계에 딱 3개뿐이고 원형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보검은 전무하다. 그런대로 신라의 보검만이 원형에 가까운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독자들은 트라키아 고유 문양과 장식 보검을 비교하면 이 값비싼 보검이 트라키아에서 신라로 보내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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