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린, 그리고 왜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까?’ 올바른 성 교육 청소녀 13세-18세 IX
보스톤코리아  2014-12-15, 11:56:19 
지난번 칼럼을 통해 자존감 형성의 여러가지 요인들 중 건강한 오디프스 과정은 청소녀 자존감 형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침을 피력하였다. 첫번째로 아버지와의 관계의 부재를 아버지의 우상화(Idealization)로 대체시키려 했던 ‘제인’의 사례를 통해 그녀의 아버지의 미성숙한 오디프스 과정이 어떻게 제인의  미성숙한 오디프스 고착을 갖게 하였으며,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왔는가를 설명하였다. 

이번 칼럼을 통해 딸에 대한 아버지의 지나친 애착과 보호 또한 청소녀의 미성숙한 오디프스의 과정과 불안정한 자존감 형성하게 됨을 설명하려 한다. 독일 문학가로서 두 권의 유고집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를 남기고 서른 한 살에 요절한 ‘전혜린’과 그녀의  아버지의 지나친 애착을 살펴보도록 한다.

전혜린은 평안남도 순천에서 1934년 1월 1일에 전봉덕의 1남 7녀 중 맏딸로 태어났다. 부유한 관리였던 아버지의 후광으로 일제 식민지의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러시아계 양복점에서나 구할 수 있는 옷을  입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 전봉덕은 그녀를 지나치게 애착했고 극단적으로 편애했다. 그 때문에 그의 부모는 자주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갖게 해줄 수 있는 아버지의 존재는 ‘신’과 같았다. 훗날 전혜린은 "내 한마디는 아버지에겐 지상 명령이었고, 젊고 멋있고 남들이 천재라 불렀던 아버지를, 나를 무제한하게 사랑하고 나의 모든 것을 무조건 다 옹호한 아버지를 신처럼 숭배했다"라고 회고했다.

경기여중고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지만, 1955년 가을 돌연 전혜린은 법학을 그만두고(21세) 문학공부를 위해 독일 유학을 떠난다. 아버지에게 했던 처음의 반항이였다. 뮌헨의 슈바빙은 그녀의 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온전히  열중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 후, 그곳은 그녀의 정신적 고향이라고 말을 할 정도였다. 뮌헨대학에서 독일 문학을 연구하는 중 ‘루 살로메’에 열중했다. 도서관에서 루 살로메의 전기를 읽다가 그 사진을 몰래 오려냈을 정도로 루 살로메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의 자유로운 생은 일년도 못가, 또 다시 ‘아버지의 뜻’에 따른 삶을 선택해야 했다. 독일 유학 중 법학도인 김철수와 22세에 결혼을 하였고, 24세에 딸을 낳았다.  

전혜린은 1959년 독일 유학을 끝내고 귀국하여 서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에서 강의를 맡는 한편 번역 작업을 했다.1964년 남편과 합의 이혼한 후, 그녀는 처음으로 열병과도 같은 사랑에 빠졌다. 인습과 사회적 규범을 벗어난 연하 제자와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제자 어머니가 찾아왔고, 제자는 결국 전혜린을 떠났다. 이별의 고통에 견딜 수가 없어서일까? 그녀는 끝내 1965년 1월10일 그녀의 생을 마감했다. 

사망하기 사흘 전 그녀가 ‘장 아제베도제’에게 보내지 않았던 두 통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나는 왜 너를 이렇게 좋아할까? 비길 수 없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너를 좋아해. 너를 단념하는 것보다는 죽음을 택하겠어. 너의 똑바른 성격, 거침없는 태도, 남자다움, 총명, 활기, 지적 호기심, 사랑스러운 너의 얼굴,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내가 원소로 환원하지 않도록 도와줘! 나도 생명있는 뜨거운 몸이고 싶어. 가능하면 생명을 지속하고 싶어. 그런데 가끔 그 줄이 끊어지려고 하는 때가 있어. 그럴때면 나는 미치고 말아. 나를 살게 해줘!"라고 썼다.

전혜린의 아버지를 살펴보자. 아버지 전봉덕은 22세에 경성사범학교교원을 통해 29세에 일본 고등문관시험 사법, 행정 양과에 합격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었고, 이 후 조선 총독부에서 관료생활(1940), 평안북도 경찰부 수송보안과장(1945), 미군정경부 공반과장(1946), 경찰전문학교 부교장(1947), 1948년 친일경찰탄압을 피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이승만정권의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섭엽하며 한국법회에 큰 영향을 거쳤다. 하지만 2002년 친일파로 그의 행각이 들어났고, 2008년 민족문제 연구소의 친일파 명사전에 그의 불명예가 기록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야심가였고 성공에 대한 계산이 빨랐다. 겉은 훌륭한 업적으로 치장되어 있는 ‘신’의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속은  자신의 치정을 숨기는 ‘비겁한 겁쟁이’였다. 자신의 나르시즘으로 자신의 치부를 삭제했다. 엘리스 밀러(Alice Miller)는 부모가 주는 찬사와 지나친 애착과 편애를 받고 자라난 클라이언트의 심리치료를 하며 경험했던 임상케이스를 ‘The Drama of the Gifted Child(1979)”라는 자신의 책을 통해 밝혔다. 

자신의 특별한 달란트, 비상한 머리로 우수한 업적으로 인해, 부모의 막대한 지지를 받고 자란 사람들이 오히려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증으로 고통받게 된다고 한다. 자식의 성취를 부모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자기도취의 만족감에 빠져, 오히려 자식을 성공의 틀에 억지로 끼워놓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부모가 지극히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자식을 노예화시키는 것이다. 그녀는 이것을 ‘나르시스틱 학대’라고 했다.

전혜린의 아버지는 그녀의 천재성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면서, 그녀의 지식 습득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했고, 그녀의 성취와 업적에 지나치게  애착했다. 자신의 법률 일의 뒤를 잇게 하고 싶어서 서울법대를 보냈다. 그 공부가 너무 싫어 문학공부를 하러 간 딸의 자유를 무시하고 일년도 안돼 법학도와 결혼시키는 것으로 그녀의 생을 옭아 매었다. 절대 평범하지 않게 자라면 안된다고 딸을 키워놓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강단에 서는 지극히 평범한 생을 요구했다. 겉과 속이 다른 ‘전봉덕’의 ‘자아’와는 다른 ‘겉’과 ‘속’이 같은 ‘전혜린’을 키워 ‘자신’의 ‘자아’를 ‘전혜린’의 ‘자아’로 대치하려던 그의 이기심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살아온 전혜린이 어떻게 정직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녀는 사춘기 시절부터 ‘절대 평범해선 안 된다’라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그녀의 내면은 ‘자아’로 가득차 있었고 사회, 민족, 사명, 책임 대신 자기 자아의 광기적인 몰두, 극단적인 나르시즘이 주는 카타르시스에 빠져있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자신이 말하면 무엇이든 이루게 해준 ‘아버지’의 지나친 보호와 애착은 그녀로 하여금 전지전능한 아버지의 ‘나르시즘’ 를 닮게 했다. 하지만 세상은 자신의 나르시즘에 상처를 주었고 어른이 되기를 강요했다. 결혼과 엄마, 교수라는 평범해지는 자신의 삶이 이뤄지면서 그녀는 늘 죽음을 생각하며 되뇌였다. 결국 그녀의 뜻대로, 그녀의 죽음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생’으로 끝을 맺었다.

30살이 되어서야 어린 제자와 사랑을 통해 아버지에게 대항해보는 사춘기를 처음 겪은 것은 아닐까? 그것마저 좌절되면서, 말 잘 듣는 딸이 되어 위선적인 아버지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퇴행이 죽기보다 싫었던 것은 아닐까? 죽으면서까지 자신의 생을 특별하게 지켜야 했던 그녀의 유아적인 집착은 그녀 아버지의 특별했던 애착과 너무나 닮아있다. 그래서 그녀의 자존감은 겉만 있고 속이 없다. 속이 비어 있는 자존감이 그녀를 죽였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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