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낙화유수落花流水
보스톤코리아  2014-11-17, 12:00:35 
  보스톤 봄은 수줍다. 여름과 겨울 뒤에 항상 숨는다. 늦겨울인지 이른 봄인지, 늦은 봄인지 이른 여름인지 해마다 헷갈린다는 말이다.  보스톤 가을은 선이 굵다. 이 달초, 첫눈이 비와 섞여 내렸고 몹씨 추웠다. 헌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늦가을로 돌아왔다. 겨울이 맛만 보여준 건지, 간을 본건지. 아니면 풍선만 띄워 날려 보냈던가. 

월동준비는 마치셨는지.

  엷은 봄이면,  ‘어디쯤 가고 있을까’ 라는 가요를 이따금 입안에서 굴렸다. 한국 군대 말년에 들어 귀에 익어 그런 모양이다. 기억하시는가.  똘망한 여가수가 나와서 부르던 그 노래 말이다. 가을이 깊어 가는데, 웬 뜬금없이 낙화인지. 그러나 떨어진 꽃잎을 낙엽으로 바꾼다해도 어색하지 않을까 싶다. 

‘꽃잎은 바람결에 떨어져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데
떠나간 그 사람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노랫말 중에 노랫말이 스스로 아름다운 곡이 있을 것이다. 이 가사는 낙화유수落花流水를  풀어놓은 듯한데, 노래가사 치고는 매우 평이하다.  그런데, 곡을 넣어 여가수의 또랑한 목소리에 실릴 적에, 노래방 배경화면을 어렵지 않게 불러들인다.  일면 청승맞다 해야 할 것이고, 낙화落花와 흐르는 강물인 유수流水가 사자성어로 자연스럽다. 

  낙화유수落花流水는 ‘가는 봄의 정취’라 했다. 정취는 정취인데 오히려 가슴이 쓰리다. 남녀 사이의 그리워 하는 정을 말하기도 한단다. 떨어지는 꽃잎과 흐르는 물이 가는 봄을 아쉬워한다 해도, 남녀간의 정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그건 아리송하다.  

하긴 남녀관계에 무슨 이유와 명분이 있을 것인가? 원래 사랑이란 원래 아리송 한 겐가. 알다가도 모르는게 사랑인지. 내가 너무 따졌나 보다. 참, 낙화유수가 그 옛적 ‘낭만파 주먹’중에 중간보스 별명이라 들었다. 주먹 ‘낙화유수’는 소위 일류대학 상과를 나왔다 했는데, 그 시절 주먹치고는 지나쳤다. 뭐 두사부일체도 아니면서 말이다. 하여간, 주먹세계에 낭만이 있을까만, 별명은 그럴듯 하여 낭만적(?)이다. 

  보스톤 마라톤은 반환점이 없으니, 갔다가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 인생에도 반환점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올해 가을, 이 날도 다시 돌아 오지 않을것이다. 아니면, 정상을 밟았으니, 내려올 때라고 일부러 가져다 붙인다. 정상에는 텐트는 고사하고, 자리펴고 밥한끼 먹을 공간도 없다. 

주저 앉을 자리가 없으므로 내려와야 할 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고은 시인이 읊었던가. ‘내려올때 꽃이 보인다’. 꽃을 보면서 내려오는 때이다. 깊은 가을날 하산길이 너무 먼건 문제다. 가을이라 그런가 센치해졌다. 차중락을 찾아 들어야 할꺼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그가 불렀다.
강물에 떠내려간 낙엽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떠나간 내 청춘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주는 바람에 날리는 낙엽 같은 나를 놀라게 할 작정이십니까?’(현대인 성경 욥기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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