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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그리고 카르페 디엠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5:37:48   
2014-08-15

카르페 디엠. 늘 웃음 띤 얼굴, 친근한 이미지의 로빈 윌리엄스의 비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구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선생님 역을 맡아 <순간을 즐겨라>고 했던 그가 우울증에 휩싸여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울증은 “능력을 약화시키는 증후군”이다. 너무 파괴적이어서 인간이 추론하고 기억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조직 호르몬을 변화시켜 버린다. 달리 말해 항거하기 힘든 질병이다. 

 미 정신건강원에 따르면 우울증은 18세 이상 미국인 중에서 1천6백만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병중의 하나다. 유전적, 심리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발병원인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그럼에도 다른 주요질병처럼 우울증은 흔한 혈액 검사나 MRI로 검진되지 않고 유일하게 대화만이 진단할 수 있는 근거다. 이 때문인지 사람들은 혈액, 엑스레이, MRI. 등에서 확진되는 질병보다 심각하지 않게 생각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그래서 아주 친한 사람에게도 자신의 아픔을 감추게 된다. 또한 기껏 털어놓으면 우울증을 단지 슬픔에 휩싸인 감정 정도로 처리하고 빨리 이를 극복하라며 어울리지 않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운동하면 건강해진다고 빨리 회복하라고 하는 것과 유사한 조언이란다. 

 우울증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은 운동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조차 부인한다. 지금까지 나와있는 어떤 약물도 이 질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우울병의 발단이 다르듯 치료도 다르기 때문에 성급히 일반화된 치료는 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울증에 완벽한 치료는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든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로 병을 마감하지는 않는다. 

 우울증의 한가운데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단어를 마주치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더욱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선택했던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불쑥 튀어 나왔으니 그렇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라틴 시인 호레이스의 서사시 오데스에 나오는 문구로 “순간을 즐겨라”는 의미로 자주 등장한다. 위키페디아는 본래 시의 시인이 에피큐리언 배경을 갖고 있어 뜻을 많이 오해하는데 실제적 의미는 내일이 있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라 강조한다. 같은 말이지만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커다란 의미의 편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울증을 앓아온 로빈 윌리엄스는 웃음과 고통 사이에서 힘들어 했을 것이다. 많은 팬들의 사랑으로도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한 그에게 카르페 디엠은 어떤 의미였을까. 순간의 쾌락인 약물, 알코올 등으로도 행복은 결코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프란체스코 교황은 얼마 전 행복에 관한 10계명을 발표했다. 

 첫째가 자신의 삶을 살고 타인의 삶도 존중하라 즉 원칙대로 살고 그 삶을 본받게 하라, 둘째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열고 마음을 주라, 셋째가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라, 넷째, 삶의 여유를 가져라 즉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문학과 예술을 즐겨라, 가족과 식사할 때 TV를 꺼라, 다섯째, 일요일은 쉬어라. 여섯째, 젊은이들을 위한 혁신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라. 약물에 집착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자살할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일곱째,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해라, 여덟째,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라. 아홉째 개종을 강요하지 말라, 다른 이의 신앙을 존중하라. 열째, 평화를 위해 일하라. 

 프랑수아 를로르의 소설 <꾸뻬씨의 행복 여행>에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조건이 또 등장한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등이다. 

 꾸뻬씨가 여행에서 돌아와 사람들에게 선물한 카드의 내용은 감동적이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카르페 디엠 즉 바로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는 의미를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는 아주 쉽게 무시해버린다.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을 포기할 때 카르페 디엠을 변명으로 늘어 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우울하고 때로는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결국 삶의 태도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교황은 10계명을 통해서 말하고 있고 꾸뻬씨는 카드의 내용으로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법정 스님의 조언에서 가장 감동을 받는다. 가슴이 답답해올 때마다 주문처럼 외는 그의 말은 묘한 울림을 준다. “산다는 것은 소유함이 아니라 순간 순간 있음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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