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88회
보스톤코리아  2013-03-11, 13:58:55 
열정적인 성격에 무엇인가 좋아하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몰입하는 편이고 푹 빠지는 성격이다. 그것이 글이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사진이 되었든, 운동이 되었든 간에 좋아하면 파고드는 성격이라 그 열정적인 부분이 장점도 되지만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삶 가운데서 나 자신을 위해서는 장점이 되지만 곁에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단점이 될 때가 더 많다. 지금은 아이들이 자라 엄마가 좋아하는 일에 별 불편함 없이 곁에서 응원해주는 편이지만, 세 아이가 어려서는 아이들과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었다. 오랜 시간 말없이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어쩌면, 나의 믿음 신앙생활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남편과 함께 믿음생활을 하지 않아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종교(개신교)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거나 거부한 적은 없었다. 3월을 맞으며 결혼 24주년을 맞는다. 생각해보니 참 오랜 시간을 한 남자와 함께 그리고 한 여자와 함께 싫증 내지 않고 참으로 잘 살아왔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 신앙이 같지 않아 한때는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움에 서성이기도 하고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더 깊은 묵상에 있을 때에는 홀로 있는 시간에 고독을 즐기기도 하면서 한 남자와 함께 세 아이를 키우며 잘 살아왔다.

남편은 아내와의 다른 종교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거부한 적 없는데, 괜스레 신앙인(개신교 신자)이라는 이름 하나로 10여 년 전에는 남편을 불편하게 할 때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참으로 우습지 아니한가. 개신교 신자로서의 아내라면 믿지 않는 남편을 더 챙겨주고 더 많이 이해해주고 더 오래 기다려주고 더 깊이 안아주어야 할 대상이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함께 믿음 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남편'을 더 불편하게 했던 '아내인 나' 였음을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이 어리석음을 어찌할까. 혹여, 아내를 보면서 기독교(개신교)에 대한 실망이 더욱 커진 것은 아닐까.

어찌, 곁에 있는 남편에게만 그렇게 했을까. 열심과 열정이라는 그 마음만으로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그렇게 대했을지도 모를 나 자신을 잠시 떠올려 본다. 내 것이 최고이고 내 길만이 옳다고 내 종교만이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다른 사람의 얘기는 안중에도 없고 내 말만 토해냈을지도 모를 지난날의 내 모습을 생각해본다. 어찌 그리도 어리석고 부질없는 행동을 했을까. 싶은 마음에 얼굴마저 화끈거리며 달아오른다. 그러던 어느 날 이건, 이것은 아니야! 나 자신의 믿음에 대한 질문이 내 마음속에서 하나 둘 일기 시작했다. 무엇이 신앙이고 믿음이고 종교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제는 무엇이든 주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인 마음과 눈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보려 애쓴다. 주관적인 것은 언제나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도 주관적인 눈으로는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음을 안 까닭이다. 요즘은 산을 오르며 깊은 묵상과 함께 삶을 많이 배운다. 산은 언제나 말없이 내 가슴을 열고 들어와 부족한 나를 일깨워주고 말없이 떠난다. 산을 오르는 마음은 늘 맑아 좋다. 높은 산을 한 발짝 또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마음의 깨달음으로 나의 부족함을 하나씩 또 하나씩 깨닫게 되는 까닭이다. 산을 오르는 일은 이제 내게 기도가 되었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본 저 높은 산의 정상은 참 높고 멀다. 그 산꼭대기의 정상을 올랐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그 가슴 벅찬 감동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 내가 선택한 길만큼이나 저쪽의 길을 택한 또 다른 이도 가슴 벅찬 감동으로 정상에 올라 이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산을 오를 때마다 하게 된다. 그런 것처럼 '종교도 그렇지 않을까? 내 것이 최고라고 내 것만이 옳다고 그렇게 나 아닌 또 다른 이에게 내 종교가 아닌 다른 타 종교인에게 알게 모르게 밀어내며 살지는 않았는지 잠시 생각에 머문다.

산, 하늘 아래의 우뚝 솟은 저 높은 산 그 산을 올라본 이는 알 것이다. 산을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자신이 바라보는 시야가 점점 넓어진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산의 정상, 산꼭대기에 올라 파란 하늘 아래에서 바람을 온몸과 마음으로 맞으며 큰 가슴을 열고 360° 한 바퀴를 돌아보라. 내가 올라온 이 길도 네가 올라온 저 길도 산 아래의 모든 것들이 숨김없이 보이지 않던가. 사방을 둘러봐도 그 어디 하나 막힘없이 다 보이지 않던가. 내가 어느 길로 올라왔고 네가 어느 길로 올라온 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이렇게 높은 산 정상에 올라서서 산 아래를 바라보면 각자 선택해서 올라온 그 길이 훤히 보이는 것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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