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46회
보스톤코리아  2012-04-30, 12:19:08 
여행은 언제나처럼 설렘과 함께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부담스러움이랄까.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이것저것 미리 짐을 꾸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어쩌면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여행을 쉬이 더 많이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국 여행을 몇 년째 못하고 있다. 우리 집의 세 아이가 모두 대학생이니 좀처럼 남편에게 미안해서 입에만 맴맴돌뿐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은 한국 방문이 어려운 대신 미국 내에서 며칠씩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다녀오곤 한다. 여행의 지침이라면 최소한의 경제적인 절약으로 최대한의 영감을 얻어 누리고 담아오는 것.

여행은 그 누구에게나 좋은 시간이지만, 특별히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더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이란 시간의 여유와 경제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일일 테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미국에서 20~30여 년이 넘도록 살아도 미국인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한국인들은 생활에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미국인들보다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든 가족을 위해서든 누리지 못하며 산다. 때때마다 핑계와 이유는 늘 있게 마련, 시간이 없어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이유는 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이고 현실이라고.

여행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내리자면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할 때나 가까운 미국 내의 여행지를 정해 떠날 때에도 늘 미리 준비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곁에서 보는 이들은 답답해하고 걱정이 된다고 하는데 정작 나 자신은 걱정되지 않는 것이다. 언제나 여행을 계획할 때 준비가 많으면 늘 떠나기 어렵고 망설이게 되고 핑계와 이유를 또 늘려서 결국 떠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어디를 다녀왔던 내가 떠나는 곳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저 내가 정한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것은 내 형편과 내 여건에 맞춰 떠날 수 있는 나의 여행지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대한 나의 기쁨이고 행복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 자신으로 살 수 있을 때만이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누구 때문에 나도 해야 한다는 식의 삶의 방식은 참으로 어리석지 않은가 말이다. 나의 형편과 여건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떠나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일 년에 몇 번씩 여행을 한다고 할지라도 지금 나 자신의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아 누리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가까운 곳의 동물원이나 공원 그리고 바닷가에서의 놀거리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망설이지 말고 그저 떠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여행이지 않겠는가.

지금 가만히 생각하면 세 아이가 어려서 우리 가족은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어려운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남편이 비지니스를 하면서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현금이 오가는 계산 대를 일주일씩 맡기고 그들을 의심하지 않고 믿고 다녀오곤 했었다. 물론 눈에 표나지 않을 만큼에서 손해 본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럭저럭 잘 지내고 살지 않는가. 지금 생각하면 세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서도 어릴 적 추억으로 남은 여행지와 즐겁고 행복했던 그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하고 값진 시간이다. 그때의 그 시간은 흘러갔고 남은 것은 가족들과의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이다.

삶에서 열심히 일하며 자녀들을 키우고 이제는 시간을 내어 여행을 즐기는 곁의 몇 분들을 만나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낭비하는 사람들은 더욱이 아니며 생활에서도 절약하며 알뜰히 사는 이들이다. 하지만 여행을 계획하며 자신의 남은 삶을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희생만 하고 자신의 것을 누리지 못한 부모라면 자식들에게도 얼마나 부담스러운 부모가 되겠으며 서로에게 짐이 되겠는가. 자식에게 부모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난 후의 삶은 조금은 여유로운 삶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라도 서로에게 부담이나 짐이 되지 않을 만큼에서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여행을 떠나려거든 그저 떠나라. 남편의 아침 밥상과 저녁 밥상이 염려되어 떠나지 못하는 아내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번쯤은 이런저런 걱정스러운 생각들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는 하루의 여행이면 좋겠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아내의 서툰 운전이 염려되어 비지니스가 염려되어서 떠나지 못하는 남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걱정과 염려를 하루만 단, 하루만이라도 내려놓고 훌쩍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에서 가슴을 열고 다녀오면 어떨까 싶다. 그것이 서로에게 지금까지 주지 못했던 서로를 생각할 수 있는 쉼의 공간이 시간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염려하지 말고 훌쩍 떠나보면 좋을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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