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세가지 불행
보스톤코리아  2011-06-20, 16: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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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의 날씨는 참 종잡기 힘들다. 화씨 100도에 가까운 무더위가 휩쓸더니 어느새 대낮에도 긴 팔을 입지 않으면 쌀쌀한 날씨가 이어진다. 그리고 가을처럼 맑고 청명한 날도. 30여년만에 토네이도 피해를 입었던 스프링필드 글로리사 이종복 대표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고 툭 털어버렸다. 완전한 행복도 완전한 불행도 없는 인생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송나라 학자 정이는 누구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오히려 불행일 수 있다며 인간의 세 가지 불행을 지적했다. 첫 번째 불행은 소년등과다. 어린 시절 너무 빨리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인생의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불행은 부모를 너무 잘 만나는 것이라고. 석부형지세란 위세가 대단한 부모 형제를 만나서 그 권세를 끼고 사는 것이 오히려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불행은 유고재능문장으로 뛰어난 재주와 문장력을 가진 것이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어서 출세하고 부모형제 잘 만나서 고생 안하고, 재주 많고 똑똑한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지만 그것이 인생에 병이 될 수도 있단다.

최근 마이애미 히츠 레브론 제임스의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댈러스 매버릭스가 우승했지만 초점은 오히려 노비츠키가 아닌 제임스에 맞춰진 듯 하다. 제임스는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와 함께 신 빅 3를 구성해 올 시즌 NBA 챔피언을 손안에 넣은 듯 했다.

마이애미 히츠가 보스톤 셀틱스와 시카고 불스를 꺾었을 때만 해도 이 같은 생각은 사실 같았다. 그러나 히츠는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결승에서 2승 4패로 무너졌다.

레브론 제임스는 고교 2학년부터 마이클 조던을 이을 제목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대학 진학없이 바로 프로농구에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 됐다. 이와 동시에 나이키의 모델로 거액의 계약을 맺었다. 과거로 치면 소년 등과다.

클리블랜드에 입단한 그는 2003년 시즌 신인상을, 2008, 2009년 연속 최우수 선수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킹 제임스’라는 별명이 따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동부지구 최하위 클리블랜드를 일약 강팀으로 이끌며 매번 우승후보로 지목케 했다. 더구나 그는 2005년 이후 매년 올스타로 선정됐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그는 고향팀 클리블랜드를 떠나 마이애미 히츠로 이적했다. 클리블랜드 팬들의 간절한 바램을 뒤로 했으며 젊은 시카고 팀에도 등을 돌렸다.

그는 그가 없어도 자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입시킬 만한 슈퍼스타 드웨인 웨이드와 크리스 보시에 합류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 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클리블랜드 팬들은 가장 혐오하는 팬들로 변했고 많은 팬들을 잃었다.

능력이 대단한 팀메이트에 의존하는 것은 즉 잘난 부모 형제의 힘에 의존하는 것과 같았다. 그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고 동료에게 의존하는 심리적 나약성을 갖게 된 것이다. 4쿼터 결정적인 순간에 그답지 못한 것은 여기서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까지 했다.“나의 실패를 기원했던 모든 팬들은 내일 아침 일어나야 하고 오늘과 같은 생활을 할 것이다. 그들은 같은 개인적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나는 나와 내가족이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행복해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발언에서 제임스가 미 언론이 지적하듯 자신의 부를 일반인들에게 과시했다는 것은 확대해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슈퍼스타 제임스라면 자신의 패배에 대해 숙고하고 팬들의 비난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즉 이미지 관리가 필요했다.

CNBC의 칼럼니스트 대런 로블이 인터뷰 전에 자신의 트위터로 여론조사 한 결과 24%의 팬이가장 싫어하는 운동선수로 제임스를 꼽았다. 가장 많은 혐오는 베리 본즈가 받았으며 오제이 심슨(12%), 알렐스 로드리게스(9%)보다 앞섰다.

제임스의 선택에 동의하지 않고 혐오하는 팬들에 대한 그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직도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인해 불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으로 당신은 기분이 좋아질 것입니다> 란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가끔 당신이 낙담하게 될 때면 이 분의 일을 생각해 보세요./국민학교를 중퇴했다./시골에서 구멍가게를 경영했다. 파산했다. 빚을 갚는 데15년이 걸렸다./ 결혼을 했다. 불행한 결혼 이었다./하원에 입후보 했다 . 2회 낙선. 상원에 입후보 했다. 2회 낙선./ 역사에 남을 연설을 했다. 그렇지만 청중들은 무관심 했다./ 신문에서는 매일 얻어 맞고 반 이상의 국민들로부터 배척을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해 보세요. 세계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아브라함 링컨이라고만 간단히 자기를 밝히는 이 재주없고,서투르며,무뚝뚝한 사람에게 감동했었는가를...

파나소닉 창립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이렇게 말했다. “못 배우고, 병약하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마지막까지 가봐야 안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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