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대들이 가진 것을 원한다
보스톤코리아  2011-02-07, 15:06:28 
편 / 집 / 국 / 에 / 서 :

이집트 반정부 데모가 거리를 휩쓸면서 집권 독재자들이 사용하는 통상적인 방법도 거리에 나왔다. 군대가 중립선언을 하고 한 발 물러서자 무바라크 정권은 친정부 시위대를 동원, 반정부 시위대에 맞서 거리에서 맞대결을 벌이도록 한 것이다. 태리어 광장(Tahrir SQ) 맞대결은 유혈사태로 이어졌지만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태리어 광장의 유혈 대결사태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칼럼을 썼다. 그는 이 칼럼에서 무장한 친 정부 시위대에 당당하게 다가가서 왜 무바라크 독재 정부에 반대하는 지 설명하는 두 여인에 관해 다뤘다. 이 두 자매는 그가 왜 시위에 참가했나 묻자 “이집트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대(미국)들이 가진 것을 원할 뿐이다”라고 답했다고.

29년간 이집트를 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하는 젊은이들의 시위는 지난 1월 25일부터 시작됐다. 뉴스 위크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각 개인들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와 페이스 북을 차단했고, 나아가 인터넷도 차단했다. 이어서 이동전화의 문자 메시지가 차단됐다. 급기야는 수백만의 이동전화 서비스도 끊겼다.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모하매드 엘배러디는 즉각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이집트 정부는 주민간의 정보교환은 물론 세계의 이목을 차단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다했지만 가슴에서 분출되는 열망은 누를 수 없는 것. 수만 명의 주민들이 이집트 전역에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을 반기는 것은 고무총알과 최루탄. 그래도 시위대는 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집트 무바라크 정부는 그동안 아랍 세계에서 가장 친미적인 정권으로 대테러 정책 수행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한 친 이스라엘 정권이다. 미국은 이집트 정부가 이스라엘과 휴전협정을 맺은 상금으로 그간 6천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지급했다.

따라서 초반 오바마 대통령의 접근은 조심스러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인터넷 등을 복귀시키고 실질적인 정치적 개혁을 실현할 것을 요구했다. 82세에 달하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당초 미국의 요구를 묵살하다, 한걸음 물러나 지난 1일 오는 9월 더 이상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월 2일 약 50이집트 파운드를(약 $10이하)지불하고 친정부 시위대를 끌어모아 반정부 시위대에 도발케 하는 등 뚜렷하게 가시적인 조취를 취하지 않자 오바마 정부는 2일 즉각적인 무바라크의 사퇴를 촉구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과감하게 무바라크 정부와 결별을 선언하자 무바라크 행정부도 미국의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당장” 무바라크 정권의 퇴출을 천명했다.

비록 이 같은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는 단기간의 테러 위협요소를 늘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할 경우 돈 안들이고 테러리스트들이 발을 못부치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라는 게 뉴욕타임즈의 지적이다.

헤즈볼라, 알케에다 등의 무장 이슬람 단체들이 이들 국가에서 설득력을 갖는 이유가 미국이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 정부를 적극 지원하는 공동의 적이라는 점에 있었다. 실질적으로 미국은 역사적으로 자국의 단기 또는 장기 이익을 위해 독재자와의 타협을 결코 불사하지 않았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과거 2005년 자유 선거를 약속한 바 있지만 표를 매수하고 관권선거를 치렀으며 반항하는 반대자를 투옥했다. 백악관은 즉각 비난 성명을 냈지만 전략적인 고려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행동을 눈감아 주었다.

미국은 당장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출로 공백 상태를 원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야당 지도자들과 정권 교체에 대한 논의를 나누며 반 정부 시위대의 분노를 달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길 원하고 있다. 외교적 계산이 있을지라도 나라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의사라는 원칙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한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은 고무적이다.

이집트의 움직임은 결코 이집트에서만 그치지 않고 있다. 벌써 예맨과 튀니지아에 불길이 번졌다. 예맨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2일 자신을 종신 대통령으로 만든 헌법을 개정하고 오는 2013년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의 아들이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요르단, 시리아 심지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보도다.

이집트는 자신들의 자유를 찾기 위해 거리에 나서고 있다. 거리에서 그들은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는 구원자가 나서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민주주의가 이슬람 세계에서도 현실화 되고 있다.
테리어 광장의 두 여인처럼 이들은 결코 돌과 화염병, 최루탄 등 무기로 무장하지 않고 국민의 요구를 표현하는 민주주의 원칙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 원칙으로 어떤 다른 무기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거리에서 느끼고 있다. 한국은 그것을 지난 30년 전에 경험했다. 그 이후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지금까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벌써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우리도 그들이 가진 원칙에 대한 열망을 원할 때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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