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서설 瑞雪
보스톤코리아  2022-01-17, 11:07:16 
 올 겨울 눈은 늦었다. 보스톤엔 한창 겨울인데 이제야 새해 첫눈이 내린거다. 시인 김소월 이다. 

바람 자는 이 저녁
흰 눈은 퍼붓는데
무얼하고 계시노.
같은 저녁 금년은…
꿈이라도 뀌면은
잠들면 만날런가.
잊었던 그 사람은
흰 눈 타고 오시네.
저녁때 흰 눈은 퍼부어라
(눈오는 저녁, 김소월)

서설瑞雪.  새해 첫눈을 말하는 걸께다. 축복이란 말과 함께 같이 하곤 한다.  서설은 상서러운 눈이란  말인데 상서롭다는 말 또한  어렵다.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란다. 누구의 말대로 모두 덮고 새로 시작하자는 너른 마음의 표현이라는 거다.  

한편 서설은 결혼식과도  맞물려 있지 않나 싶다. 이런 글귀도 있다. ‘결혼을 축하하는듯 하늘에선 서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또는 ‘결혼식날 눈이 내리자 사람들은 서설이라며 기뻐했다.’ 역시 서설은 기쁨과 같이 하는데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있긴 하다. 그러나 눈오는 새해라 해서 화이트 뉴이어란 말은 없다.

아직 어릴 적이다. 새벽녘에 자주 오줌이 마려웠다. 요강보다는 변소에 가야 했다.  머리가 조금은 더 컸기 때문이다. 흰눈 덮힌 마당을 건너야 했는데, 그건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밤새 내린 눈을 보면 야, 눈이다. 소리치곤 했더랬다. 어머니의 눈총이 같이 했다. ‘네가  강아지냐?’ 

이젠 눈을 즐길만한 눈도 마음도 시쿵둥하다. 아니 오히려 성가시다. 하긴 예상 못한 눈이 내리면 교통혼잡은 이루 말할 수없을 적도 있긴 했었다. 지하철은 만원이며, 눈을 털어내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있었다.

눈오는 밤엔 이용악인가 한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이용악). 고향에도 눈은 내릴텐데 새해가 시작됐다. 복된 눈이다. 

땅에 눈이 내리고 (욥기 37: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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