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그리고 흑인의 한(恨)과 혼(魂)
신영의 세상 스케치 759회
보스톤코리아  2020-09-21, 11:00:01 
요즘 미국 전역에 이슈로 있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 (Black Lives Matter)"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여자라는 이름과 흑인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 속에서 소외된 약자에 속한 이름이었다. 지금까지 여성의 평등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남은 여성 차별의 잔여물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흑인을 말하자면 '편견과 차별'이란 단어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과 흑인이라는 이름에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동질감이랄까, 서로에게 남은 공통분모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약자에게는 언제나 그들에게 남은 한(恨)과 혼(魂)이 서려있게 마련이다.

지금부터 여성이라는 잊힌 듯 싶은 이름 그러나 새롭게 솟아오르는 이름의 새로운 과제에 가슴이 설렘으로 있다. 또한, 흑인이라는 덮인 그늘과 눌려진 그들의 삶에 더욱 깊이 들어가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 둘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우선 내게는 큰 행운인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나 자신이 여성이고 소수민족의 아픔을 안고 있는 약자이기에 더욱 깊은 마음의 눈으로 만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흑인이라고 꼬집어 말하지 않더라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정말 없을까. 몸을 아끼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고 생활하는 한인 이민자들은 다른 유색인종에 비해 생활의 안정을 빨리 찾는다. 또한, 교육에 대한 열정도 남달라 자녀들의 교육 수준도 비교될 만큼 차이가 나기도 한다. '차별'이라는 말 자체도 거부감이 느껴지는 말이지만, 처음 이민 와서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어찌 '차별'이 없었을까. 또한, 우리도 다른 동양인들에 대한 편견은 없었을까. 똑같이 이민을 온 이민자들로서 그들을 대할 때 마음의 편견 없이 차별 없이 대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을까. 

하루는 남편이 마음속의 불편함을 내게 말해온다. 어려서 이민 온 이 사람은 한국 사람의 사고방식보다는 미국적 사고방식이 깊은 사람이다. 또한, 비지니스를 하다 보니 시내에서 흑인들을 많이 만나기도 한다. 얘기의 요점은 '흑인'이 아니었다. 바로 '흑인'을 바라보는 '한국 사람'의 시선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흑인 남자가 버스표를 사기 위해 급하게 한인이 운영하는 스토어에 들어가 잔돈을 바꿔달라 부탁을 했는데 거절을 했다는 것이다. 흑인 남자의 요청을 거절한 한인의 이유 중에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 흑인의 말을 들은 남편은 '거절을 당했다'고 말하는 '흑인'의 입장에서 내게 전달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 운동을 좋아하는 이 사람은 풋볼 선수와 야구 선수 몇과도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 흑인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중에는 어릴 적 유년시절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차별'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자신들의 얘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남편은 가끔 흑인들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내게 들려주기도 한다. 그들이 "가난하기에 도둑질하는 아이도 생기는 것이고, 불량한 아이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또한, 그렇게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대물림되는 것이라고..."  그러다보니 어릴 적부터 경찰서에 들락거리게 되는 것이고 자라면서 형무소에 들락거리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그들이 '나쁜 사람'인 것이 아니고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일이라고 내게 몇 번을 말해주는 것이다.

하루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오랜 시간의 이민 생활과 세월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의 삶은 심적으로 외롭기도 하거니와 소수민족에 대한 소외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일이다. 백인이 많은 학교에서는 '흑인 학생'들의 숫자를 세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어쩌다 '흑인' 아이들을 만나면 의아해서 쳐다보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동양인 엄마로서도 그렇게 바라보는데 백인 노인들은 어떨까. 이렇게 깊은 생각을 만나다 보면 여지없이 그 '흑인'은 '나 자신'이 되어 있기도 한다. 

얼마 전, 남편이 가깝게 지내는 흑인 친구 하나가 집을 구하다가 우리 동네에 조용한 아파트를 하나 찾았다. 어디쯤이라고 소개를 해주었는데, 며칠 후 거절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 흑인 친구는 직장도 괜찮고 교육 정도도 나무랄 데가 없는데 거절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백인이 많은 동네에 흑인이 사는 이유이다." 참으로 남감했다. 주로, 시내에서는 흑인들도 활동이 활발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도시를 벗어난 조용한 백인 동네에서의 흑인의 생활은 아직은 보장받지 못한 자리임은 틀림없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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