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따라 흘러가고 세월따라 늙어가는...
신영의 세상 스케치 755회
보스톤코리아  2020-08-24, 11:07:25 
늘 그렇듯이 모두가 흘러간다. 계절따라 바람도 제 몫을 다하며 그렇게 흐르고 있다. 그에 따라 시간도 흐르고 세월도 흘러간다. 그러니 어찌 사람만이 제 자리에 멈출 수 있을까 말이다. 제아무리 멈추고 싶다고 해서 멈출 수 없는 것이 시간이고 세월따라 나이 들고 늙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마음 같아서야 시간따라 흘러가는 것을, 세월따라 늙어가는 것을 붙잡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게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렇듯 살아 숨을 쉬는 생명들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고 살아가는 것이 제일 자연스러운 일이며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까닭이다.

언제나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답다. 사람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한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자신을 추스르고 챙기며 사는 일은 참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깥의 치장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며 돌아볼 수 있다면 더없이 귀한 일이다. 자신과 대면하며 마주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면 시간따라 흘러가고 세월따라 늙어가는 일이 그리 섭섭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 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며 아쉬움 없는 삶이 그 어디에 있을까. 이렇듯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요즘은 남편에게도 가끔 이런 얘길 들려준다. 세상 나이 오십 중반쯤에는 곁에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정말 아끼고 사랑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사랑과 정성으로 잘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아내의 말을 들으며 곁에서 남편은 피식 웃음으로 답해온다. 요즘은 이렇듯 자연스러움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무엇인가 인위적으로 하는 모습은 부자연스러워 보여 거북스럽다. 세상 나이가 어리고 젊어서는 뜨거운 피의 열정으로 욕심도 내어보지만, 세상 나이 오십을 넘어 중간 고개를 오를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사는 모습이 가장 편안해 보여 좋다.

인생이란, 이렇듯 살면 살수록 오래도록 끓인 곰탕처럼 진국 맛이 절로 나는 것이다.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 그동안 삶을 통해 사람이나 일에서 크게작게 경험했던 그 경험으로 삶의 지혜를 얻은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 어떤 일에서든 애써 안달하거나 보채는 일이 적어고 여유롭게 기다리는 법을 터득한 까닭이다. 그것은 긴 시간 속에서 세월의 연륜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공짜가 없음을 그래서 더욱 감사한 오늘을 맞는다. 삶의 일상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은 모두가 인생의 여정에서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은 계속 새로워지니 그것을 쫓다가는 있는 정신마저 없어진다. 요즘 외출을 하려다 셀폰을 집에 놔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되면 한참을 나와 하이웨이를 탔더라도 다시 되돌아가서 전화를 가지고 온다. 이제는 내가 편안하게 부리던 전화가 상전이 되어 모시게 되었다. 어쩌랴, 이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인 걸 말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엉성해진 것 같은 이 흐트러진 마음은 나 자신이 받아들이기에도 영 편하지많은 않다. 더 늦기 전에 나를 제대로 잘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거듭해본다. 우리의 일상에서 편리한 것은 소중한 내 것을 잃게 하는 대가를 원한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또한 추억일 게다. 그렇다, 서로에게 남은 아름다운 추억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귀하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어느 글귀가 떠오른다. 이렇듯 지금 곁에 있는 가까운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챙겨보는 시간이면 좋겠다. 새로운 것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며 그 속에서 참 행복을 누리길 소망해 본다. 지금의 이 시간이 얼마 지나면 또 하나의 고운 추억으로 남을 오늘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이 바로 후회를 줄이는 삶이다.

잡을 수 없는 시간을 묶으려 애쓰지 말고 세월따라 늙어가는 젊음을 붙잡으려 한탄하지 않는 삶이면 좋겠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내 삶을 충분히 누릴 수 있고 흘러가는 세월 속에 내 무게로 자리할 수 있다면 최고의 인생이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으로 이미 충분한 당당하고 멋진 그런 삶의 주인공이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이 허하고 채워지지 않아 시간에 쫓겨 살고 세월에 주눅이 들어 당당하지 못한 것이다. 그 누구의 어떤 색깔과 어느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에서 최선을 다하며 시간따라 흘러가고 세월따라 늙어가는 삶이면 참으로 아름다운 삶인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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