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녀의 꿈은 '동물 병원' Dr. Kim으로 이루어지고...
신영의 세상 스케치 753회
보스톤코리아  2020-08-10, 10:53:20 
기억도 가물가물 시간이 꽤 흐른 모양이다. 10여 년 전 한국학교 협의회 주최로 열린 '나의 꿈 말하기 대회'가 있었다. 그때 심사를 맡게 되어 갔었다. 물론, 보스톤 인근에서 30년을 넘게 살고 있으니 아는 지인들과 그의 가족들을 많이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글짓기 심사나 나의 꿈 말하기 대회 등 심사를 맡을 경우 공정한 심사를 위해 마음을 단단히 단도리하는 편이다. 어디에 쏠리지 않고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심사를 위해 모든 분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서 중학교 정도의 아이가 자신이 자라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실한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훌쩍 세월이 지났다. 그 아이의 부모는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기도 하여 가끔 딸아이의 소식은 듣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동물 의사(Animal doctor)가 되려는 전공을 위해 공부를 또 시작하고 그렇게 간간이 소식을 들으며 내심 기쁘기도 했었다. 우리 집 세 아이가 훌쩍 커서 30살이 된 것은 생각 안 하고 다른 집 아이들이 자라 청년이 되고 각자의 길에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한다.
 
엊그제는 지인들과 함께 그 작은 소녀의 집에 갈 일이 있었다. 마침 그 아이는 훌쩍 자라 멋지고 자랑스러운 숙녀가 되어 있었다. 부모님의 지인들께 반갑게 맞아주고 인사하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스럽고 보기 좋던지. Dr. Kim, Congratulations. 손을 내밀어 축하해주고 그녀의 곁에 있던 어머니께도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렸다. 보통의 날에는 동생처럼 편안하게 만나는 사이지만, 딸아이 곁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였다. 딸과 함께 다정하게 서 있는 어머니가 더욱 귀하고 멋져 보이던 날이었다.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 자식을 위해 부모님의 정성과 기도와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기쁨을 나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의사 공부를 원하지만,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니던가. 특별히 미국에서의 동물 의사(수의사)는 더욱이 그렇다고 들어왔다. 그 집에 또 다른 Dr. Kim은 물리학 박사이지 한 아내의 남편이며 두 아이의 아버지이다. 그 가정을 20여 년이 넘도록 알고 지내왔다. 모든 일에 있어 성실하고 검소하며 가정에 충실한 부부와 가족들이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귀감이 가는 가족의 풍경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손자.손녀들을 키우는 나이쯤에 있는 50대 중반, 60대 초반의 지인들에게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집에 돌아와 남편과 함께 칭찬과 축하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야기 중에 오래 전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서 자신의 꿈을 솔직하고 확신 있게 표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 부부도 함께 즐겁고 행복했다. 주변의 지인들이 이렇게 자식의 일로 즐겁고 감사한 일, 이 모든 것들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행복 에너지가 되어 퍼져나간다. 요즘처럼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참으로 소중한 에너지가 되었다.

그 소녀와 남동생은 어려서 우리 집 강아지 '티노'를 얼마나 예뻐했는지 모른다. 티노 나이가 11월이면 12살이 되어 간다. 그래서 더욱더 그 소녀의 꿈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덩달아 기쁘고 행복한지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인턴을 다 마치고 동물 병원의 동물 의사(Animal doctor)가 되어 자신의 길을 연 것이다. 내 자식이 동물 의사가 된 것처럼 참으로 기쁘고 대견하고 멋져 보인다. 다시 또 축하해주고 싶다. 곁에 이렇게 멋진 꿈을 꾸며 그 꿈을 위해 노력하고 그 꿈을 이뤄낸 작은 소녀의 '그 푸른 꿈'이 다시 오버랩 되어 흐른다.

작은 소녀의 꿈은 '동물 병원' Dr. Kim으로 이루어지고 나는 다시 그 작은 소녀의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 섰던 그 아이를 떠올려 본다. 어쩌면 이 아이 덕분에 내 행복은 더욱더 부풀어 오르고 있다. 아마도 석 달 백일은 혼자서 흥얼거리는 행복을 누릴 것이다. 아, 나는 그 소녀의 나이 때 어떤 꿈을 꾸었을까. 또 그 꿈은 이루긴 이뤘을까. 나도 오늘은 내 빛바랜 어릴 적 꿈을 찾아 떠나보는 여행을 시작한다. 혹여, 이루지 못했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세상 나이 쉰일곱에 꿈 하나 더 꾸어보지 뭐!!^^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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