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16세 풍월주風月主 보종공寶宗公(2)
보스톤코리아  2020-08-10, 10:49:50 
보종의 성품과 외모 그리고 정서적인 감정과 취미와 재능 등, 심지어 그의 성적 정체성과 취향까지도 잘 묘사한 부분이 화랑세기에 전한다. 

[보종공의 성품은 청아했고 문장을 좋아했으며 … 정이 많았다. 사람들을 위하여 웃고 울었으며, 온화함과 순량함은 마치 부녀와 같았다. 사람들이 병들어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슬프고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마치 자기가 아픈 것 같았다. 새와 짐승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했다. 한 마리의 벌레나 한 포기의 풀도 해친 적이 없었다. 선과 악 이利와 해害를 나누지 않았다. 술과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늘 작은 청려靑驪(털빛이 검푸른 말)에 걸터앉아 피리를 불며 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이 공을 가리켜 진선공자眞仙公子라고 했다. 얼굴은 관옥冠玉과 같았고 손은 마치 하얀 새싹(白荑, 백이는 깨끗한 새싹과 같은 손을 말한다)과 같았다. 그림을 잘 그렸는데, 인물과 산수의 절묘함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호림이 사랑하여 부제로 삼았다. 정이 마치 부부와 같아 스스로 여자가 되어 섬기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 했다. 

미실궁주가 일찍이 그 바라는 바를 물었더니, 보종공이 답하기를 “어머니와 더불어 같이 죽는 것입니다” 했다. 궁주가 웃으며 “네가 색은 좋아하지 않고 나와 같이 죽기를 원하니, 또한 무슨 뜻인가?” 했다. 공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무도 어머니만 못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살 수가 없습니다” 했다. 궁주가 말하기를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없는 까닭에 오로지 어미에게 정을 쏟는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을 택하여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찌 손자를 볼 것인가?” 했다. 공이 “무엇을 아름답다고 합니까?” 하자, 궁주가 “너와 같은 사람이 아름답다. 얼굴은 옥과 같이 아름답고 입술은 마치 붉은 연지와 같고 눈은 아리땁게 빛나고 말에는 정情의 뿌리가 있는 자이면, 또한 가하지 않겠느냐?” 했다. 공이 말하기를 “정의 뿌리는 갈래가 많고, 아리땁게 빛나는 것은 속기 쉽고, 붉은 연지와 옥과 같은 아름다움은 몸을 지키는 보배가 아닙니다” 했다.]

미실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하루 빨리 결혼하여 손자를 보고 싶었지만, 보종은 여자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관한 기록을 종합해 보면 그는 동성애자였을 개연성이 크다. 그가 부제로 14세 풍월주 호림공을 보좌할 때는 그들의 사이가 마치 부부와 같았으며, 그 또한 여자가 되어 섬기지 못함을 한스러워 했다. 하지만 어머니 미실은 그의 성적 취향과 상관없이 현강玄剛과 결혼시켰다(현강의 부모는 8세 풍월주 문노와 윤궁이다. 윤궁은 거칠부의 딸이다). 그런데 보종은 현강에게 전혀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여자와 함께 사는 것이 불편했는지 호림공을 불러들여 함께 살았다. 얼마 후 김호림과 현강은 정을 통하였고 딸 계림桂林을 낳았다. 이에 보종은 현강을 호림에게 넘겨주고는 독신을 고수하였다. 그러자 다급해진 미실은 많은 상금까지 내걸며 종실의 여자들을 부추겼다. 그러나 아무도 보종의 마음을 얻지 못했으나 양명공주306) 만이 보종의 사랑을 차지하였다. 너무나 행복한 미실은 양명에게 큰 재물을 내리고 그들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루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딸 보라寶羅307) 와 보량寶良이 태어났다. 하지만 곧 보종은 양명과의 내사內事에 전혀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양명은 김염장과 사통하여 장명을 낳았다. 당시 염장은 보종의 부제로 있었으며 후일 보종을 이어 17세 풍월주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느날 양명은 길조를 암시하는 꿈을 꾸었다. 이에 양명은 남편 보종과 관계를 가지려고 했지만 보종의 계책으로 양명공주는 모종과 색사를 하게 되었다.308)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양도가 태어났으며, 양도는 후일 22세 풍월주가 되었다.

306) 양명공주는 선덕여왕의 동부이복 자매로서 부모는 진평왕과 보명궁주이다. 보명은 처음에 진흥왕의 후궁이었다. 그 당시 태자였던 동륜이 부왕의 후궁과 상관하였으며, 결국 그는 이어지는 월담에 어느날 그만 개에게 물려서 비명횡사하였다. 그리고 579년 동륜의 아들 백정이 진평왕으로 즉위하면서 보명은 미실과 함께 좌우후左右后로서 진평왕을 색도했다. 그 때 양명이 태어났다.

307) 보라궁주 설씨는 김춘추의 첫 부인이 되었다. 그들은 딸 고타소를 낳았으며, 고타소는 대야성 성주인 김품석의 아내가 되었다. 642년 백제의 윤충에 의해 대야성이 함락될 때 품석은 처자를 죽이고 자살했다.

308) 모종은 하종의 아들로 미실의 손자이다. 모종은 양명보다 5살이 아래인데 염장과 함께 양명의 사신으로 늘 옆에 있었다. 모종 또한 준수한 용모와 재주가 있어 보종이 그를 총애하였다. 그래서 보종이 그에게 문장과 화법畵法을 가르켰다. 그 때 양명도 함께 배웠다. 그러던 어느날 양명은 꿈에 나타난새의 상서로움을 얻어 길조라 여겨 보종에게 말하고 끌어 당겼다. 보종은 “길조가 어찌 홀로 나에게만 있느냐?” 며 자리에 눕자말자 깊은 잠에 들었다. 그 때 옆방에서 묵으로 그림을 그리던 모종이 옷이 묵에 더렵혀진 것을 알았다. 이에 공주가 모종을 이끌어 옷을 빨아 주면서 사통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양도가 미실의 손자가 아닌 증손자로 태어나게 되었다. 이에 앞서 보종은 침실로 가기 전에 모종 몰래 묵으로 모종의 옷을 더렵혀 놓았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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