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 명상
신영의 세상 스케치 737회
보스톤코리아  2020-04-06, 10:58:56 
하늘이 어두워지고 굉음의 천둥.번개가 칠 때의 마음은 모두가 한마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 스스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아는 순간 무서움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지금의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휩쓸고 지나고 있지 않던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이어서 미국으로 3월 31일 날짜의 미국 코로나19 환자, 16만 명 넘었고 사망자도 3천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참으로 무섭다. 지금의 처한 현실을 어떻게 잘 견뎌내고 극복할 것인가. 남편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앞은 캄캄한 터널을 걷는 느낌이 든다.

엊그제 뉴스에서 손녀딸이 결혼식을 했는데, 참석하지 못한 할아버지를 찾아와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결혼반지를 낀 손을 할아버지께 보여드린다. 할아버지의 그 지극한 눈과 마주한 손녀딸의 간절한 마음은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가슴이 시리도록 아파져 왔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나를 위하고 너를 위하고 우리를 위한 서로의 배려와 사랑 그리고 기다림일 것이다. 또한, 할머니 생신 파티를 따로 못하니 아들.손자.며느리 온 가족이 함께 찾아와 집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격리된 할머니를 멀리서 바라보며 축하를 전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찌 TV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겠는가.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스몰비지니스를 하니 아직은 출근을 한다. 딸아이는 보스턴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큰아들도 워싱턴 DC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막내아들은 커피샵을 하니 오픈을 하고 있어 걱정과 염려로 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잘 견뎌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엊그제는 막내 녀석이 집에 전해줄 것이 있어 왔다가 얼굴도 가까이에서 보지 못하고 멀리서 서운한 인사를 하고 떠났다. 엄마의 마음은 자식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고, 자식은 또 엄마.아빠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시끄러워질 시기부터 아무래도 마음과 몸을 추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정신통일'을 위해 동네를 넓게 돌아 2시간 15분 씩 걸었다. 산을 오를 때의 마음으로 시작하니 그리 버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어려운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도밖에 없었다. <사순절>이 시작되어 새벽기도회도 참석하고 있었는데 주일예배도 캔슬되었고, 새벽예배, 그 외의 기도 모임도 다 캔슬이 되었다. 주일예배는 온라인 예배로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일러주고 있다. 그래서 2시간 넘게 걸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걷기 명상도 이제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이번 주부터는 쉬기 시작했다. 한 3주 전부터 '손바느질 마스크 만들기'를 시작했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려운 이 때에 비상용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던 런닝 셔츠 새것을 찾아 몇 장 만들어 가까운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 <뉴잉글랜드 한인연합여선교회 /회장: 김지영> 임원들의 카톡방에 '코로나19 병원 도네이션 마스크 만들기'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이 다급한 시기에 각자 만들 수 있는 만큼 준비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작은 소품(손뜨개, 손바느질)을 만드는 정도는 되니 나도 참여한다고 했다. 다른 분들은 재봉틀이 있으니 많은 양을 만들 수 있을 테지만, 나는 재봉틀이 없어 손바느질로 마스크를 매일 5장 정도씩 만들고 있다. 이렇게 천을 가위로 자르고 바늘에 실을 꿰어 한땀 한땀 손바느질을 하며 많은 생각들이 지난다. 바로 지금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했다. 많이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내 손길이 닿아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어려운 시기를 이길 힘이 바로 '함께'라는 것을 깨닫는다.

손바느질하면서 감사가 차오르니 기쁨과 행복이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할 때마다 송골송골 쌓이기 시작한다. 세계 뉴스를 접하며 참으로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려온다. 특별히 어디를 꼽지 않더라도 처참한 이탈리아와 미국 뉴욕의 상황 그리고 인도의 처절한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고통스러움이었다. 그저, 긍휼함으로 우리 모두를 안아주시고 깨닫게 해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있다. 하지만, 어둠 속에 미명의 빛을 볼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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