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하바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보스톤코리아  2020-02-10, 10:35:25 
학생들은 자주 자전거를 타고 통학한다. 그때문인지, 보스톤엔 자전거 통학로가 잘 정비되어있다. 백팩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임을 증거한다. 

어디든
마음 내키는 곳에서
머물렀다 가길 바라던
지난 날 나는
삶이
자전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성만,  푸른나무 그늘 밑의 자전거 중에서)

오래전 나역시 학생일 적이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투덜거렸다.  ‘자전거를 누가 훔쳐갔네.’  ‘도서관 앞에 세워 뒀는데’.  학교경찰에 신고 했다고도 했다. 몇달이 지났다.  ‘자전거 찾았다!.’ 그 친구는 기쁨에 들떠 있었고, 돌아온 탕아를 맞는 아버지처럼 공표했다. 자전거는 바람빠진 타이어에 몇달 모진 풍상을 겪고 그자리에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고도 했다. 눈물까지 핑돌았다고 그가 말했다. 듣던 누가 물었다. ‘그래 어디서 찾았느냐?’ 대답이 걸작이다. ‘도서관 앞’. 그날 그는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갔다는 걸 까맞게 잊은 거다. 

문제가 생겼다. 녹이 파랗게 슨 자전거 자물쇠 번호를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그 자전거가 당신 것인지 증명하라.’ 학교경찰이 요구했다는 거다. 자전거를 산 영수증을 보이라는 말이다. 그가 영수증을 보관할리 없었다. 그 친구 여전히 기억이 오락가락하는지 알 수없다. 그가 여전히 도서관에 다니는지 그것도 알수 없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였다.  

하바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원제목은 ‘The paper chase.’ 이다. 아마 70년대 말일게다. 티비 시리즈영화로 만들어졌다. 같은 제목이었는데, 한국 티비에서 방영된 적이 있다. 나역시 몇번 봤던 기억이다. 책이 궁금했다. 원작 소설은 과연 어떨까 싶었던 거다. 어렵지 않게 헌책을 구했다. 1978년에 출간된 책인데, 너무 얇아 놀랐다. 소설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다는 말은 없다. 하지만 책에서 법과 대학생이라도 분명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학생도 있었을 터. 

마크로소프트사 빌게이트는 하바드대학 중퇴다. 그가 말했단다. 책을 읽는데, 중간에 덮어버린 책은 없다. 재미없는 책도 끝까지 읽는다는 거다. 뭔가 다르긴 다르다.  대신 자전거를 타지는 못할 것인가? 하긴 그는 자전거 보다는 자동차에 관심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수레를 타고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더라 (사도행전 8:2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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