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양반전
보스톤코리아  2019-12-16, 10:20:56 
"지조는 선비의 것이요, 교양인의 것이다. 조지훈 선생의 지조론에 나온다. 선비와 교양인의 덕목중 지조를 앞세웠다. 선비와 양반은 동의어는 아니다. 

패관잡설이라 불렀다. 정조대왕에 따르면 양반이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었다. 양반전兩班傳은 연암 박지원의 고대소설이다. 양반전도 패관잡설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글중 한 대목이다.‘오직 이 양반은 여러 가지로 일컬어지나니, 글을 읽으면 가리켜 사士라 하고, 정치에 나아가면 대부大夫가 되고, 덕이 있으면 군자君子이다.’
연암의‘잡설’은 계속된다. 양반이 되기 위한 조건중 몇이다. 

‘야비한 일을 딱 끊고 옛을 본받고 뜻을 고상하게 할 것이며.... 주림을 참고 추위를 견뎌 입으로 설궁說窮을 하지 아니하되,… 손에 돈을 만지지 말고, 쌀값을 묻지 말고… 추워도 화로에 불을 쬐지 말고, 말할 때 이 사이로 침을 흘리지 말고, 소 잡는 일을 말고, 돈을 가지고 놀음을 말 것이다.’ 

정조임금은 연암의 재능을 높이 봤다. 그런 그를 불렀고 부탁했단다. 연암에게 제발 반성문 한장 써서 올려라. 그런다면 벼슬을 주마. 하지만 연암은 정중히 거절했다던가. 대신 연암은 당대 젊은 학자들과 교류하고 책쓰는 일에 매진했다고 했다. 친구나 후배들에게 밥을 손수 지어 먹였고, 아이들에게 고추장을 담가 보내기도 했단다. 선비의 색다른 모습이다.
 
연암도 과거시험에는 자의반 타의반 낙방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상의 음덕을 보긴 봤던 모양이다. 몇군데 고을수령을 지냈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때 연암은 대부를 넘어 군자의 반열에 올라섰을게다. 덕과 실을 겸비한 원님이었을 터. 

김대중 전한국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서생書生이란 말이 그닥 낯설지 않다.‘글만 읽어 세상일에 서투른 선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네이버 사전) 이라 정의 한다. 한편 서생은 양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양반이 다 서생일 수는 없었을 거다. 또한 서생은 부자富者는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일에 서투른 부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 

요즈음 한국이다. 고위공직에 오르는 양반분들 중에 가난한 사람은 드문 모양이다. 강남좌파도 있을 것이다. 이재理財에 밝다고 공직에 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청빈은 쉽지 않은데, 청부淸富는 더 어렵다. 

그 사람이 큰 부자이므로 이 말씀을 듣고 심히 근심하더라 (누가 18:2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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