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편안한 신발이 최고!!
신영의 세상 스케치 678회
보스톤코리아  2019-01-14, 11:56:33 
신발(구두)과 핸드백 그리고 소품으로 모자와 스카프를 좋아하는 편이다. 보통 여자들이 그렇듯이 아니 여느 여자들보다 특별히 좋아하는 여자이다. 미국에 와서 26년 만에 산을 처음 올랐을 때가 2011년도였다. 산을 오르내리면서부터 조금씩 나의 사치도 줄기 시작했다. 바로 자연과 함께하니 자연스러워지는 법을 깨달아 갔다. 보통 모임에 참석할 때는 바깥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했었다. 누가 나를 어떻게 봐줄 것인가에 시간을 빼앗겼는지 모른다. 산을 오르면서부터는 작은 키를 뚱뚱한 몸매를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었다.

딸아이가 1월을 맞아 만 29살이 되었다. 3월이면 우리도 결혼 30주년이 된다. 요즘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현대인들을 생각한다면 우리 부부는 참으로 오래도록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그리 싫지 않은 것을 보면 서로 궁합이 그런대로 잘 맞는 부부임은 틀림없다. 오십 중반에 올라 생각해보면 이제는 그저 서로 측은지심이 생긴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안쓰럽고 더 챙겨주고 싶어지니 이젠 완전한 가족이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고마운 마음이 깊어지고 진해지는 숙성되는 과정인가 싶다. 점점 깊은 맛으로 익어가는 그런.

첫 아이(딸)를 출산하면서 50파운드(약 23kg) 쌀 한 포 만큼이나 체중이 늘었다. 그리고 연년생으로 두 녀석을 내리 나았다. 체중을 줄일 틈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핑계처럼 이유를 붙이고 덧입히면서 30년이 다 되도록 그 파운드를 이끌고 살고 있다. 그야말로 나도 30년 전에는 남부럽지 않았던 '금송아지' 하나 있었다고 우겨대는 것이다. 올해가 황금돼지띠 기해년이라는데 말이다. 여하튼 제아무리 금송아지, 황금돼지 타령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금에 있는 내가 나일 뿐인 것을 말이다. 그렇게 피식 한 번 웃음 지어보며 오늘도 홧팅!! 이라고 내게 일러준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세 아이가 집에 오고 서로 모여 담소를 나누고 그다음 날에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곤 했었다. 그중에 큰 녀석이랑 엄마랑 둘이서 멀리 있는 아울렛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으며 일 년에 한 번 근사한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크리스마스 때에는 우리 집 강아지(티노) 녀석이 엉덩이에 혹이 생겨 12월 21일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손님이 와 있어 이번에는 큰 녀석과의 데이트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큰 녀석이 떠나고 1월을 맞으며 늘 함께 움직이며 보냈던 지난 크리스마스 데이트가 생각났다.

그렇게 큰 녀석이랑 멀리 운전을 하며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맛난 점심도 먹고 아울렛을 돌며 서로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곤 했었다. 엄마가 부츠를 좋아하는 것을 잘 아는 녀석은 때마다 세일하는 품목을 찾아 엄마의 롱부츠를 사주곤 했었다. 그렇게 아들이 녀석이 사준 롱부츠가 여럿 되었다. 그 롱부츠를 신을 때마다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어깨를 들썩거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다 아들 녀석 생각이 나서 잠시 지난 시간들 속에 머물렀다.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조금은 아쉬워서 멀지 않은 곳을 정해 혼자서 샤핑을 갔다.

샤핑몰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브라운 롱부츠를 하나 살까 싶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딱 하나 남은 브라운 롱부츠가 눈에 띄어 신어보았다. 세일을 많이 하니 내 사이즈가 없었다. 그래도 컬러와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가격이 편안하니 사이즈가 커도 사고 싶어졌다. 몇 번을 신어보며 조금 크긴 큰데 하면서도 겨울 부츠는 한 사이즈 정도는 커도 신을 것 같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한 이틀을 두꺼운 양말을 신고 신어보고 벗어보고 해도 큰 것이 특별히 작아지지는 않았다. 다시 생각을 거듭하면서 리턴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옷은 가끔 내 사이즈보다 큰 것을 입어도 멋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신발은 크게 신으려니 온몸과 마음의 말초 신경이 신경을 거슬린다. 신발이 크다는 생각을 잊고 아무렇지 않게 걸으려 해도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우며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에게 편치 않으니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어찌 발에 신는 신발뿐이랴. 우리의 삶 가운데에 수없이 많은 것들 속에서 얼마나 크고 작은 것들을 입고 신고 하면서 불편하게 사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뭐니 뭐니 해도 내게 맞는 편안한 신발이 최고!!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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