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40 ] 씨네마 천국
보스톤코리아  2018-12-03, 10:28:27 
"하늘색 눈을 가진 여자는 힘들어." 영사기 기사인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말한다. 사춘기의 토토는 하늘색 눈을 가진 그녀를 결국 얻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알프레도의 권유를 받아들여 도회지로 유학을 떠난다. 30여년이 흐르고 유명한 감독이 되어 다시 고향을 찾은 토토가 유년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30여 년간 우리에게 영화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준 명작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토토 역할을 맡았던 사람 중 하나가 살바토레 카스치오이다. 이탈리아어로 Salvatore Cascio라 쓴다. 오늘 영어잡설의 주제는 Salvatore란 이름에 얽힌 것이다. 이탈리아어 salvatore는 스페인어 salvador와 더불어 라틴어 salvator에서 직접 파생된 단어이다. 영어에서는 saver, savior로 철자가 약간 바뀌었다. 우리말로는 '구세주, 구원자'란 뜻이다. '구하다, 저축하다'란 뜻의 save 역시 같은 어원에서 유래한다. 영화에서 살바토레는 이름이 주는 뜻처럼 사양길에 접어든 동네 영화관을 구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구세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Savior란 대문자로 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하다, 구원하다'란 라틴어 단어는 salvare이기 때문에 파생어에서는 이 단어를 어원으로 하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구세군은 salvation army라 한다. 
중남미의 작은 나라 엘 살바도르 역시 이 단어와 관련이 있다. El Salvador는 정관사 el과 구원자란 뜻의 스페인어 salvador가 합해진 이름이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구원자'는 누구일까? 바로 구세주 예수이다. 엘 살바도르의 정식 명칭은  Provincia De Nuestro Señor Jesus Cristo, El Salvador Del Mundo 즉 "세상의 구세주, 우리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인데 줄여서 El Salvador라 하는 것이다. 엘 살바도르의 수도는 San Salvador이다. San은 Saint 즉 '성스런'이란 뜻이므로 '성스런 구세주'란 뜻이다. 이 나라는 뼛속까지 기독교 국가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서부해안 지대에 San이란 지명이 나타나는 이유는  드넓은 이 지역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멕시코 땅이었기 때문이다. San Diego, San Jose, San Francisco, San Bernardino 등등. 그런데 눈길을 돌려보면 Santa로 시작하는 곳도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Santa Monica, Santa Barbara, Santa Maria, Santa Fe 등등. 별 거 없다. 이건 순전히 언어학적인 이유 때문이다. 스페인어에서 어미가 -a로 끝나는 단어들은 여성명사 취급해서 Santa란 여성 형용사어미로 맞춘 것뿐이다. 

호기심 많은 독자들은 또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Santa Fe는 -a로 끝나지 않았는데 왜  Santa라 붙었냐고. 그렇다. Santa Fe는 분명 -a로 끝나지 않았는데도 Santa를 붙였다. 이유는 Fe가 스페인어에서 '믿음'이란 여성명사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또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Santa Claus는 할아버지인데 왜 그런 거냐고. 놀랍게도, 혹은 진부하게도, 이 이름은 네덜란드어에서 왔으므로 '성스러운'이라는 스페인어 San, Santa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임을 주장하는 나라들은 네덜란드 외에도 핀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등 많이 있다. 

안 좋은 기억이지만, 지난 번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배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한 중국의 선박회사 이름이 상하이 샐비지였다. salvage 역시 salvare란 라틴어에서 만들어진 단어임을 알 수 있다. salvage의 어미 -age는 '집합, 집단'을 의미하는 명사어미이다. villa가 많은 것은 village이고, bag이 많은 것이 baggage이고, orphan이 있는 곳이 orphanage이다. cabbage는 cab이 많은 것일까? cabbage는 vegetable이다. 옛날에 옛적 고려쩍에 이슬람 상인들이 벽란도를 거쳐 개성 땅에 드나들었다. 구루마에 싣고 가는 배추따발을 보면서 그것이 무엇인고, 하고 물으니, 상인이 대답했다. "배추따발이요." 그러자 아랍상인들은 그걸 "아항~, vegetable이라는구나." 하였다던가 뭐라던가. 영어 vegetable의 고향은 개성이란 말인가? 독자제현께서 새겨들으시길 바란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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