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의 인연 그리고 교감과 힐링...
신영의 세상 스케치 652회
보스톤코리아  2018-06-28, 19:26:10 
올 11월이면 15살이 된다. 이 녀석이 세 살 되던 해에 우리 집에 왔으니 우리 가족이 되어 함께 지내온 지 벌써 13년이 되었다. 우리 집 막내 녀석이 고등학교 1학년 무렵에 강아지를 갖고 싶다며 졸라대던 녀석 덕분에 남편과 가깝게 지내던 아는 스페니쉬 친구가 소개해 줘 우리와 인연이 되었다. 이 강아지의 종류는 일명 쥐잡는 개(Rat Terrier)의 귀여운 새끼 강아지였다. 녀석의 이름은 발렌티노(Valentino)였는데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처음 인연이 되었던 주인이 바로 젊은 연인들이었는데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선물해주며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 며칠 정도는 발렌티노라고 불러주었는데 아무래도 이름이 길어 '티노(Tino)'라고 불러주기 시작했다. 우리 집 세 아이가 하이스쿨 시절에 막내 녀석이 성격이 활달했지만 큰 녀석에 비해 사춘기를 더 심하게 겪었다는 기억이다. 그래서 조금 차분해지면 좋겠다 싶어 강아지를 하나 키워보면 어떨까 싶었던 차였기에 티노가 우리의 가족이 된 아주 좋은 적적한 시기가 되었다. 강아지를 키우며 막내 녀석의 정서가 더욱 안정이 되었으며 학교 공부에도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강아지를 아침저녁으로 챙기며 책임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시골에서 자랐는데 우리 집에는 일명 '똥개'였지만 복실이, 누렁이, 백구 등 늘 세 마리 정도가 있었던 기억이다. 그것은 이 나이가 되도록 눈을 감고 생각하면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빛바랜 유년의 고운 추억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에 가는 등교길 보다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벌써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며 마중나오던 녀석들의 추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나의 지난 추억이기도 하지만, 아직 남은 나의 소중한 꿈이기도 하다. 눈을 감으면 지금이라도 달려올 듯싶은 그런.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의 총칭.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되었다. 동물 행동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의 8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 이 심포지엄의 주제는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The human-pet relationship)'였다. 이전까지 사용했던 애완동물이라는 말에는 '장난감'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애완'이라는 용어의 도구적 관점에서 탈피해 동물 역시 인간처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총칭. 한국에서는 함께 사는 개는 '반려견'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애정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체온은 사람보다 1~2도가량 높다. 안으면 따뜻할 뿐만 아니라 포근한 털이 있어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을 준다. 또한, 반려동물은 사람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병원에서 76명의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 도우미견과 함께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불안감, 스트레스, 맥박, 혈압 등에서 현저한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반려견이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나 가까이에 있고 또한 서로 교감하며 사는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세 아이가 모두 대학을 입학하며 기숙사에서 지냈기에 10여 년 전부터 모두 집을 떠나 살고 있다. 세 아이가 다 떠난 자리에 우리 집 귀염둥이 티노 녀석만이 엄마 아빠 곁에서 재롱도 부리고 웃음도 선사하곤 했다. 그런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귀도 어두워지고 눈도 침침해지는 모양이다. 이 녀석을 곁에서 바라보는 가족인 우리 부부의 마음은 쓸쓸하고 가슴이 짠하다. 사람의 늙어감과 어찌 이리도 닮았는지 생로병사의 길은 다르지 않음을 말이다.

남편이 아침을 일을 나가고 이 녀석과 둘이서 마주할 때가 많다. 내가 외줄 계획이 없을 때는 거의 하루 종일을 함께 있는 것이다. 집 안에 혼자 있었으면 입 한 번 열지 못할 일인데 이 녀석이 있어 별별 소릴 다한다. 가끔은 남편의 흉도 보고 세 아이의 안부를 이 녀석을 통해 묻기도 하면서 말이다. 속이 상한 일이 있으면 화도 버럭 내보면서 그러다 보면 나는 이 녀석에게 또 이렇게 말한다. 내 비밀은 네가 다 알고 있는데 하고는 깔깔거리며 웃는 것이다. 이렇게 반려견인 '티노(Tino)' 녀석과의 인연에 감사하며 오래도록 함께 살았으면 바람을 놓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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