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러움의 미학
신영의 세상 스케치 651회
보스톤코리아  2018-06-27, 10:35:19 
삶이란 살수록 버겁다는 생각을 한다. 살면 살수록 더 많은 시간을 쌓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일을 겪고, 상처도 주고받으며 삶의 마디를 만들고 세월을 따라 흐르는가 싶다. 살면서 주변의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면서 실망도 하고, 가끔은 우쭐해 하면서 자기만큼의 키재기를 한다. 어찌 그뿐일까. 내 가족의 남편도 아내도 그리고 부모와 자식도 다른 가족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이처럼 비교란 만족이 없기에 행복을 앗아가는 마음의 몹쓸 병이다.

"당신은 진정 행복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그에 대한 빠른 답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된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이 행복을 원하지만,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또한 행복이다. 행복은 생각이 아닌 실천과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자신의 수고와 희생이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엿보다 보면 어느샌가 자신의 행복은 저만치 떠나 있다. 삶의 여정에서 남과 비교하지 말고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서 소중한 것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소망한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특별하지 않은 하루의 일상을 끼적이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나 그리고 가족의 작은 삶의 이야기가 글쓰기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글쟁이의 길은 너무도 평범한 모습이고 남에게 보이기조차 민망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나를 더욱 작게 만들었던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바로 남에게 보이려고 했던 모습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욕심인가 말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큰 사람들만 보였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박사들이 많은 보스턴 지역에서는 더욱이 그랬다.

그럴수록 더욱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실망도 하고 움츠러들기도 했다. 이렇게 얼마를 지냈을까. 나 자신 속에 들어 있는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연습을 했다. 나의 부족한 것을 먼저 인정을 하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장점들도 하나둘씩 인정하게 되고 칭찬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활 속에서 연습과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자리한 '비교하는 마음'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 빈자리에 용기가 생기니 자신감도 생기고 당당한 모습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 자신으로 소중하고 귀한 존재임을 깨달은 것이다.

지내온 6~7여 년을 가만히 돌이켜 생각하면 참으로 '뻔뻔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뻔뻔스러움은 그 말의 어원을 넘어 자신을 제일 사랑할 수 있는 깊은 뿌리의 에너지라는 생각을 한다.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할 수 있을 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제일 어려운 관계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나 자신 속에서 매일 싸움을 하고, 미움을 낳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원하고, 치유를 원한다. 결국은 나 자신과의 화해가 중요하기에 먼저 자신 속에서 남은 것들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 시작한 '뻔뻔스러움의 나의 삶의 철학'이 용기와 꿈을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 주었다. 가끔 삶에 지쳐 넘어지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언제나처럼 또 일으켜 걷게 하는 것은 내면 깊은 곳에 뿌리로 있는 바로 뻔뻔스러움의 에너지이다. 그 뻔뻔스러움이 내게 꿈과 희망으로 다가와 행복을 주었다. 엊그제는 한국의 한 대학에서 '상담학(심리학) 특강'을 얻어 강의를 하고 돌아왔다. 강의 주제를 '뻔뻔스러움의 미학'이라고 정했다. 다른 사람의 얘기가 아닌 바로 나의 삶의 얘기(노래)를 나누며 감사한 시간을 가졌다.

'뻔뻔스러움의 에너지'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킨다면 이것은 무한한 능력이기도 하다. 삶은 우리에게 무한한 도전을 꿈꾸게 하고 무한히 드높은 곳으로의 비상을 준비하게 하기 때문이다. 뻔뻔스러움이란 바로 나의 존재를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순순한 나(我)의 모습이다. 이 뻔뻔스러움의 에너지를 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잘 다스리며 나아갈 것인가. 또한,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어우러진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뻔뻔스러움의 미학'은 참으로 아름다운 미학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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